▲트램폴린 [This Is Why We Are Falling For Each Other]. ⓒ브라우니 엔터테인먼트 |
차효선의 일인 밴드였던 트램폴린은 기타리스트 김나은과 함께 듀오 체제로 팀을 재정비하고, 종전보다 더 산뜻한 기운이 넘치는 앨범을 만들었다.
'주류적 감성'이라 해도 과장이 아닐, 이른바 한국적 멜로디의 기운이 배제된 이 앨범은 국내 인디 팝 팬 층의 변화지점을 상징한다. 뜨거운 열기나 강박적인 감정의 고저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찾아보기 힘들고, 몽글몽글한 기운과 예쁜 멜로디가 부담감 없이 전곡에 걸쳐 흐른다.
홍보문구에 소개된 '신스팝'이라는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릴 법한 <비 마이 맘스 러버(Be My Mom's Lover)>를 비롯해 한국의 힙스터(라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앤스러팔러지(Anthropology)>, 중독적 멜로디가 두드러지는 <디비알(D.B.R.)> 등 앨범 전곡이 고른 완성도를 뽐낸다.
좋구나 : 비치 하우스(Beach House), 카리부(Caribou), 크리스탈 캐슬스(Crystal Castles), 비치 보이스(Beach Boys), 타히티 80(Tahiti 80), 펫 숍 보이스(Pet Shop Boys) 등을 좋아하는 사람, 새로운 음악에 목마른 이 뭐야, 이건? : "너 남자다" "오빠 믿지"와 같은 말을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이, 노래방에 가면 <She's Gone> 한번쯤은 불러줘야 하는 사람, 여전히 랜디 로즈와 오지 오스본의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 |
제이-지, 카니예 웨스트 [Watch the Throne]
▲제이-지, 카니예 웨스트 [Watch the Throne]. ⓒ유니버설뮤직 |
둘의 인연을 생각하면 이 앨범은 무조건 성공해야 하는 앨범이었다. 이 앨범을 완성시키기 위해 이들은 비욘세(Beyonce), 르자(Rza), 피트 록(Pete Rock), 더-드림(The-Dream), 넵튠스(Neptunes)는 물론, 심지어 본 이베르(Bon Iver)까지 끌어들였다. 더군다나 카니예 웨스트는 지난해 발표한 [마이 뷰티풀 다크 트위스티드 판타지(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로 커리어의 정점을 찍은 상태였다.
적잖은 부담감을 안고 나온 이 앨범은, 일단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카니예 웨스트 특유의 샘플링이 빛을 발하는 <오티스(Otis)>와 <뉴 데이(New Day)>, 클립스(Clipse)까지 떠올리게 만드는 <댓츠 마이 (That's My Btch)> 등은 힙합 팬이 아니라 하더라도 좋은 음악을찾는 이들은 누구나 뛰어난 트랙으로 들을 법한 곡이다. 앨범 전반에 걸쳐 호화로운 비트가 넘실대고, 제이-지의 래핑 실력은 여전히 특유의 매끄러움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 앨범을 두고 '뛰어난 콜라보레이션이라 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한다면 대답이 어려워진다. 전적으로 말해, 이 앨범은 더 매끄러워진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이기 때문이다. 카니예 웨스트의 존재감이 지나치게 두드러지는 반면, 제이-지의 자리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가 아니라 다른 래퍼가 참여했다손 치더라도 부족함을 느끼기 어려울 지경이다.
카니예 웨스트의 비트가 제이-지의 랩을 완전히 묻어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제이-지의 랩은 <니 인 파리(Nias in Paris)> 등에서 빛나지만, 대부분의 힙합 팬은 이 앨범을 듣는 순간 "카니예 비트"라는 말부터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바꿔 말하자면, 이 앨범에 남은 유일한 아쉬움이다.
들어보시라 : 둘의 팬이라면. "랩 별 거 있어?"라는 생각이 많으시다면. 안 들어도 돼 : "요즘 힙합, 올드스쿨에 비하면 별 거 있겠어?"라는 생각이 확고하신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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