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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갑'이다"

[이태경의 고공비행] 8.24 주민투표가 의미하는 것

오세훈 시장의 승부수가 수포로 돌아갔다. 오 시장은 청와대와 조중동, 한나라당, 대형교회들의 전폭적이고 때로는 위법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개표에 필요한 득표율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 오 시장이 옥쇄하면서 보수의 새로운 아이콘이 됐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내년 대선에서 박근혜의 대체재 역할을 하는 건 불가능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정치인 오세훈의 생명은 끝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분간 정치활동이 불가능할지 영원히 불가능할지는 알 수 없지만, 모두 오 시장이 자초한 일이다. 이런 상황을 일컬어 자업자득이라 한다.

남은 건 오 시장의 사퇴 시기인데, 한나라당의 희망과는 무관하게 조속히 물러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청와대나 한나라당의 눈총이 따갑겠지만, 사퇴를 더 미루다가는 온갖 수모와 곤욕을 치르는 건 당연하고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힘들 만큼의 상처를 입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추레하고 쩨쩨한 패장을 환대할 사람은 없다.

한편 야권과 시민사회진영은 8.24주민투표 결과의 이면을 골똘히 들여다 봐야 한다. 8.24 주민투표 결과를 복기해보면 오세훈의 몰락을 즐기거나 서울시장 탈환의 기쁨에 흥분할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합당 혹은 합당 수준의 선거연합이 필요한 이유

서울시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의 투표율은 25.7%였다.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민 4명 가운데 1명이 투표를 한 것이다. 언론과 정당이 바람을 잡기는 했지만, 평일에 그것도 정말 별 것 아닌 사안에 저만한 투표율이 나온다는 건 한나라당 지지층의 넓이와 응집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겠다. 한나라당에 우호적이거나 친화적인 유권자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주민투표 의제에 반대하거나 관심이 없어서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실 모골이 송연할 정도의 파괴력인 셈이다.

이만한 사안에도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집결한 한나라당 지지층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 어떤 자세로 투표장에 나올지는 명약관화하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건곤일척의 기세로 총선과 대선에 임할 것이다. 물론 이들 뒤에서는 청와대와 행정부, 재계와 언론, 주류 교회, 각종 어용단체들이 화끈한 엄호사격을 할 것이다. 많은 국민들의 의식이 오른쪽으로 심하게 기운데다 사회 각 부면의 권력과 자원을 장악한 주류집단이 결사적으로 한나라당을 지원할 것을 생각하고, 박근혜라는 선거의 여왕이 한나라당을 접수해 선거전을 진두지휘할 것을 생각한다면 야권이 취할 길은 하나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합당이나 이에 근사한 수준의 선거연합을 필사적으로 이루어 한나라당과 1:1 대결구도를 만드는 것이 바로 그 길이다. 그렇지 않고는 박근혜 한나라당과 대등한 싸움을 할 방도가 없다. 8.24 주민투표 결과는 한나라당이라는 정당이 지닌 저력이 얼마나 막강한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한나라당은 여전히 대한민국 선거지형에서 "갑"이며 절대강자다.

보편적 복지의 승리?

야권이나 시민사회 진영 일각에서 8.24 주민투표 결과를 보편적 복지의 승리라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런 해석은 경솔하고 위험해 보인다. 오세훈이나 청와대, 한나라당, 조중동 등이 투표를 앞두고 이번 투표의 성격을 보편적 복지vs선별적 복지의 대결인 것처럼 호도한 점은 있지만, 8.24 주민투표는 보편적 복지를 선택할지 아니면 선별적 복지를 선택할지를 묻는 투표가 분명 아니었다.

주민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은 차치하고라도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유권자들이 보편적 복지를 지지하고 선별적 복지에 반대해 투표를 보이콧 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MB정권이나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 오세훈 시장에 대한 불신임, 전면적 무상급식에 대한 동의, 무관심 등등의 요소들이 착종돼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한결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야권이나 시민사회진영은 8.24 주민투표 결과를 선별적 복지에 대한 보편적 복지의 완승으로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거전략이나 정책을 설계하는 것은 예상 외의 반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물론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를 안착시키기 위한 설계나 집행은 치밀하고 정교하며 현실적합성이 높아야 하고 결정적으로 서둘지 말아야 한다. 8.24 주민투표 결과를 보고 마침내 보편적 복지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들뜨는 건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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