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를 앞두고, MBC 경영진이 투표 전날 방송된 <PD수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관련된 장면을 모두 삭제하도록 지시하고, 사전예고 방송물을 빼도록 조치했다. 주민투표와 관련한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MBC 내 경영진과 일선 PD들의 싸움으로 옮겨진 셈이다.
23일 저녁 PD수첩 제작진에 따르면, 이날 '누구를 위한 한강변 개발인가?' 편이 경영진과 시사교양국장 지시로 인해 긴급 수정돼 방송됐다.
이 방송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오 시장의 대표적 사업인 '한강 르네상스'를 진단했다. 투표 전날 방송분인 만큼 논란이 될 가능성이 애초에 높았다.
문제는 이와 관련한 논란이 편집권 침해로까지 이어진 것. PD수첩 제작진은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과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이 '내일 치러질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 방송에서 오세훈 시장과 관련된 장면이나 오 시장이 언급된 인터뷰는 모두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제작진은 모든 원고에서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주체를 '서울시'로만 한정하고 오 시장의 이름은 원고에 나오지도 않을 정도로 중립을 지켰다"며 "경영진과 시사교양국장의 압력으로 인해 오 시장의 역점사업을 다루면서도 오 시장의 이름도, 얼굴도 안 보이는 기이한 방송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계획된 방송이 일그러졌다며 제작진은 경영진의 개입을 강하게 비판했다.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은 한달 전 쯤 기획돼 담당 부장은 물론 시사교양국장에게도 보고됐다"며 "프로그램 방송 예정일이 주민투표 전날이라는 점을 시사교양국장과 경영진이 미리 알고 있다가, 뒤늦게 이런 소동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의 한 관계자는 "무상급식과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전혀 별개의 정책 문제"라며 "아무리 현실적 상황을 감안해도, 삭제된 장면 몇 초 때문에 선거중립을 위반했다는 근거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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