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농협과 신한, 우리은행 등 상당수 은행이 대출을 중단했다.
시중은행이 가장 큰 수익창출원을 줄인 이유는 금융당국이 최근 각 은행에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달의 0.6% 이내로 맞추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를 준수하지 않은 은행에는 고강도 감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정부는 치솟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억제하기 위한 극약 처방을 내렸다는 입장이지만, 이로 인해 자영업자 등 실수요자들이 심각한 자금경색에 빠지게 됐다.
▲시중은행들이 신규대출을 돌연 중단하기 시작했다. ⓒ연합 |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회주의 독재국가를 떠올릴 정도로 무지막지한 정책"이라며 "은행을 위한 것도, 가계를 위한 것도 아닌 대책이 '겁난다'는 이유만으로 나왔다"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대출 비용을 무한대로 높여 막아버리겠다는 정책이 과거 개발독재 시절에는 통했을지 몰라도 지금처럼 큰 규모로 성장한 경제에는 맞지 않다"며 "정부의 성급한 대책으로 인해 다음 달 초 대출수요가 몰려, 큰 혼란이 벌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통상 9월은 추석자금수요가 몰리는데다, 12월 결산법인들의 1분기 자금 결산이 이어진다. 이에 더해 이번 달에 정부 정책으로 인해 대출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수요가 몰리고, 추후 정부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로 선수요도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아무리 가계대출을 줄여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더라도,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을 주지 않은 채 급조된 정책에 당위성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가계대출을 관리하려면 부동산 투기성 자금을 조이고, 기존 대출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게 맞다"고 평가했다.
정부 부처 간 정책혼선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날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이른바 '8.18 전월세 대책'이 임대사업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금융당국에서는 부동산으로 향하는 자금을 조이려는 정반대 대책이 나왔다는 것.
하 교수는 "정부가 청사진은 마련하지 못하고, 문제가 터질 때마다 관할부서가 즉흥적으로 대책을 내놓는 모양새"라며 "이런 정책이 얼마나 지속될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은행에도 큰 책임을 돌려야 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전 교수는 "금리 인상이 가장 좋은 해법인데, 금리를 올리라는 주문이 빗발쳤던 올해 초에도 한은은 '가계부채가 걱정된다'는 핑계에 급급했다"며 "과연 당시 정책판단이 옳았던 것인지 정부와 한은에 따져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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