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정삼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유로존 재정위기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유로존 공동경제위원회 창설 제안 및 금융거래세 신설 추진 등의 내용이 남겨 있었으나 기대를 모았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충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 또한 유로채권 발행 문제는 원론적인 입장 확인에 그쳤다.
메르켈 총리는 "유로채권은 지금 이 시기에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유로존 채무 위기는 한 방의 빅뱅 정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유로존 지도자들이 꾸준히 노력해 시장의 신뢰를 다시 얻어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과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16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
유로채권 합의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은 전날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이 이 문제가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부터 예상됐다. 유로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유로채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점을 비춰볼 때 이번 정상회담이 '반쪽 합의'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유럽 재정위기의 '소방수'로 나선 EFSF 자금은 벌써 한계를 보일 기미가 있고 이마저도 2013년 중반에 운영이 종료된다. 유로채권이 이를 대체하면 유로존 국가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줄어들 수 있지만, 차입 부담을 우려하는 독일 내 여론을 의식한 메르켈 총리가 거부의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대신 유럽의 '경제정부' 격인 유로존 공동경제위원회를 창설해 유로존을 관리하자며 위원회 의장으로 헤르만 반 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제안했다. 두 정상은 이를 위해 2012년 중반까지 유로존 17개 국가가 균형예산을 헌법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상회담에 앞서 독일 집권 기민당의 실무팀이 유로채권 발행 문제에 대한 초안을 만든 것으로 알려지면서 '희망'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초안에는 유로존 국가가 유로채권을 과다 차입하면 자동적으로 제재가 가해지는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엄격한 조건이 충족되면 유로채권 발행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로존 위기가 심화될수록 독일 등 상대적으로 경제가 안정된 유로존 국가들의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유로채권 도입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시장의 실망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정상회담에서 제안한 유로존 공동경제위원회 문제에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전했다. 균형예산 규정을 지키지 않는 국가들에 대한 자동 제재 여부가 들어가 있지 않은 점 등이 문제라는 것이다. 금융거래세 신설 역시 유로존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도입을 낙관할 수 없다.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면서 유로화는 16일 오후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당 0.2% 하락한 1.4411달러에 거래됐으며, 엔화에 대해서도 0.4% 하락했다.
한편, 유로존 국가들의 지난 2분기 성장률은 예상보다 낮은 0.2%에 그치고, 독일은 이보다 낮은 0.1%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이체방크의 토마스 마이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에 3분기와 4분기에 성장률이 반등할 기회가 많지 않아 위기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문은 독일의 경기 침체가 지난 주에만 220억 유로(약 34조 원)를 들여 스페인과 그리스 등 재정 위기 국가들의 국채 매입에 나선 유럽중앙은행(ECB)에 부담을 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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