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15일(현지시간) 현금 123억 달러(약 13조 5125억원)에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는데 양사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모토로라 모빌리티 주식을 지난 12일 종가에 63%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주당 40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 이같은 프리미엄은 구글의 인수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알려졌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미국 휴대전화 업체인 모토로라에서 지난 1월 모바일 부문이 분사돼 만들어진 회사로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다. 2007년 처음 나온 구글 안드로이드는 39개 제조사가 만든 1억5000만대 이상의 스마트폰에 탑재됐다. 지난 2분기 판매된 스마트폰 중 안드로이드 비중은 43.4%에 이른다.
<뉴욕타임스>는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를 통해 완전한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탈바꿈하려는 구글의 행보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의 특허 분쟁에 대한 대응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애플과 MS는 구글을 제치고 6000여 개의 특허를 지닌 캐나다 기업 노텔 네트워크를 인수했다. 몇 주 후 구글은 IBM으로부터 1000개 이상의 특허를 사들였고 이번에 1만7000여개가 넘는 특허를 보유한 모토로라를 인수함으로써 '특허 전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1973년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를 개발한 모토로라는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도 7500여 개의 특허를 출원중이다.
▲ 현시시각 15일 구글이 휴대전화 제조사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를 전격 발표하면서 모바일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AP=연합뉴스 |
구글이 직접 휴대폰 제조사를 인수하면서 공개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탑재 스마트폰을 만드는 다른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OS 업데이트 등에서 구글이 모토로라에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는 구글이 특허 싸움을 넘어 모바일 시장의 강자인 애플과의 전면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OS와 모바일 기기 양쪽을 모두 갖춘 애플에 대항하기 위해 제조 부문까지 갖추려 한다는 것이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인수 소식이 나온 이후 모토로라처럼 특허가 많은 휴대전화 제조업체 노키아나 블랙베리 제조사인 '리서치 인 모션'(RIM)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다. OS에 의해 좌우되는 모바일 시장이 'OS 신흥강자'인 애플, 구글, MS의 3파전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번 인수가 안드로이드를 공개 플랫폼으로 유지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모로토라를 분리된 사업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터넷 검색 사업에서 반독점 혐의로 구글을 조사하고 있는 미국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가 이번 합병을 승인할 지도 관심사다.
FTC는 지난 6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려는 기업 중 특정 회사를 배제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유럽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된 구글의 반독점 행위 혐의도 9건에 이른다. 모토로라 인수가 구글의 독점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공정위 조사와 맞물려 승인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대해 구글은 이번 인수가 독점 피해보다는 모바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간 결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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