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베이비드라이버 [Big Baby Driver]. ⓒ일렉트릭뮤즈 |
지난달 발매된 이 음반은 국내 '인디신의 주류'에서는 찾아듣기 힘들었던 블루스와 최근 홍대신의 주류 정서로 대변되는 어쿠스틱 팝을 동시에 껴안았다.
앨범의 첫 곡으로 래그타임(Ragtime) 주법의 대표격으로 꼽힌 미국 동부 블루스 음악인 블라인드 블레이크(Blind Blake)의 <You Gonna Quit Me Blues>를 배치한 점은 상징적이다. 이 앨범이 빅베이비드라이버의 개인적 취향을 강하게 담았음을 상징하는, 선언적 의미로 읽힌다.
절로 듣는 이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리듬을 즐길 것인지, 그 위를 타는 여성보컬의 편안함에 집중할 것인지 선택할 이유는 없다. 이 짧은 러닝타임의 앨범은(모든 곡이 4분 미만이며, 2분대 곡도 많다) 소박한 초기 블루스에 집중도 있게 일관하기에, 소품과 같은 느낌을 주는 <38,000㎞ 너머의 빅베이비>와 같은 곡에서도 힘을 잃지 않는다.
모든 곡이 편안하고, 언제 어느 장소에서도 잘 어울리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I'm Leaving Here Now>는 통기타 세대에게도 어필할 만한 곡이고, 앨범의 허리를 단단히 받치는 <Everyday Blues>는 탁월한 배치를 자랑한다.
다만 일부곡은 앨범에 대한 자기복제의 냄새가 나고, 이 풀내음 나는 앨범에 수록되지 않았다면 그만큼 좋게 들리진 않았으리라는 인상이 남는다.
아마도 대부분 청자가 여러 차례 앨범을 반복 재생하더라도 특별히 매력적인 곡을 찾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랜만에 홍대신에서 나온 이 깔끔한 앨범은, 개성을 잃어가는 이른바 '홍대 팝' 사이에서 단연 빛난다.
스윙스 [Upgrade II]
▲스윙스 [Upgrade II]. ⓒ힙합플레이야 |
좁게는 다의적 의미를 담은 단락을 뜻하는 이른바 '펀치 라인'을 힙합 팬들 사이에서 공론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데다, '스웨깅(뻐김)'으로 찬양하는 팬들만큼 비판여론도 만만치 않게 몰고 다니는 그가 복귀한지라 힙합 커뮤니티는 오랜만에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열혈독자들을 거느린 힙합 전문 웹진 <리드머>의 리뷰 댓글을 보면, 앨범에 대한 팬들의 호오가 극명하게 갈렸음을 알 수 있다.
(해외 음악 이식에 따른) 고질적 문제겠지만, 간간히 등장하는 영어단어로 인한 몰입도 하락을 제외하면 팬들이 기대한 대로 스윙스의 래핑은 탁월함을 자랑한다. <It's Just Music>을 가득 채운 과시는 육감적 비트와 맞물려 곧바로 귀를 잡아채며, 버벌 진트가 참여한 <Changed' The Game>, 이른바 '찌질한 인생'들에 대한 충고가 오히려 신선함을 자아내는 <For The Hustlers>, '술에 절어 담담한' 자기과시(?)인 <내 인생의 첫 Review> 등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곡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 문제다. 보다 정확히는, 절묘한 트랙 사이에 낀 안이한 비트들이 앨범 감상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힘 있는 곡이지만 반복청취를 불러일으키긴 힘들어 보이는 <The King Is Back>, <자, 이제 니가 해 봐>는 아쉬움을 남기고, <날려버렸어> 등의 일부는 주류가요와 하드코어 힙합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어떤 식으로든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될 운명의 앨범이다. 그러나, 최근 나온 가장 인상 깊은 힙합 앨범이라는 점 또한 부정하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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