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저축은행국정조사특위(저축은행 국조특위)는 9일 피해대책소위를 열고 5000만 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 채권 투자자를 단계적으로 보상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8월 임시국회에 상정될 특별법에는 개인예금주는 2억 원까지 100%, 2억∼3억 원은 90%, 3억 원 초과 예금은 80%씩 단계적으로 보상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2억 원 이하 피해자가 전체의 90%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개인투자자는 전액 보상을 받는 셈이다.
피해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비판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경제개혁연대는 9일 논평에서 "저축은행 국조특위의 대책은 예금자보호제도의 기본 취지를 넘어서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예금보험 제도의 붕괴를 조장한다"라는 표현도 곁들였다.
경제개혁연대는 "현행 예금자보호법 상 예금보험금의 지급한도는 5000만 원으로 정하고 있다"라며 "이는 전 금융기관에 공통된 것으로, 사회적으로 타당한 기준에 의해 설정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단체는 "이러한 기준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예금보험체계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와 사회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저축은행사태로 인한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는 필요하다고 볼 수 있지만, 예금자보호법을 넘어 특별기금을 조성하여 해결하는 방안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설명이다.
후순위채권자 보호대책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저축은행 국조특위는 채권 전액을 보상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제개혁연대는 "후순위채권자는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자로 예금자보호법 등에서 보호하는 예금자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어쨌건 피해자들이 손해를 면하면 좋은 일 아닐까. 그렇지 않다는 게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의 입장이다. 경제개혁연대는 "5000만 원 이상까지도 보상해주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되어 실질적으로 예금보험금의 지급한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투자자들도 앞으로는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예금하거나 후순위채를 매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여야 정치권의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게다.
이어 경제개혁연대는 "(저축은행 국조특위가 추진하는 특별법이 시행될 경우) 손쉽게 자금을 조달한 저축은행들은 또 다시 위험한 대출을 일삼을 수 있고, 이는 제2의 저축은행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한 근본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아직 저축은행의 부실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건설경기의 하락으로 추가적인 부실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는 앞으로도 저축은행 부실이 생길 때마다 특별기금을 마련하여 예금자를 보호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저축은행 국조특위가 추진하는 특별법이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평가는 일리가 있다. 관련 보도가 나오자 마자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데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이번 특별법이 적용되는 대상은 올해 영업정지된 9개 저축은행에 전일ㆍ으뜸ㆍ전북저축은행 등을 포함한 12개 저축은행의 피해자들이다. 2009년 9월 이후 예금 및 투자분에 국한한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피해자들은 반발하는 게 당연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실 저축은행에 11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모두 5000만 원 한도까지 보상한다는 원칙이 지켜졌다.
실제로 금융소비자연맹은 9일 보도자료에서 "국회가 추진 중인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대책에 다른 금융권의 피해자 구제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많은 서민금융거래자들이 금융회사들의 불완전 판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몇몇 저축은행의 불완전 판매 피해자들에 국한된 법안 추진은 불합리하다"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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