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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 연기금 구원으로 1800선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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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 연기금 구원으로 1800선 지켜

외국인 1조 매도 vs 기관 9천억 매수

증시가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외국인의 대규모 이탈로 충격적인 하락세를 보이던 오전 장세는, 연기금의 공격적인 유입으로 오후 들어 큰 폭으로 반등해 하락폭을 줄였다.

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8.10포인트(3.64%) 내린 1801.35로 마감, 심리적 저지선인 1800선을 가까스로 지켰다.

전날 대폭락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코스피는 이날 장 출발과 동시에 61포인트 이상 하락한 급락세를 연출하기 시작했다. 개장 2분 만에 1800선이 무너지더니, 오전 11시 12분을 지나면서는 1700선마저 내줬다. 개장 후 2시간 만에 100포인트 이상의 패닉 장세가 이어진 셈이다.

빠른 속도로 증시가 하락하자, 한국거래소(KRX)는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동시에 프로그램 매매(매도) 호가를 5분간 정지시키는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특히 코스피보다 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코스닥 시장에서는 20분간 거래를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크'까지 발동됐다.

이날 코스닥은 전날보다 29.81포인트(6.44%) 하락해 432.88로 장을 마쳤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특히 신용거래 등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의 상당수가 큰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KRX에 따르면 지난 6거래일간 코스피 종합주가지수는 무려 17.08%나 하락했다. 그 사이 시가총액 208조9872억 원이 증발했다.

코스피가 이토록 밀린 원인은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 공세였다. 선진국 경제의 하락으로 안전자산 확보에 나선 외국인은 이날 무려 1조1759억 원 어치 순매도에 나서며 장 하락을 이끌었다.

장세가 처참하게 밀리면서, 오전 한 때 코스피에서 전날보다 상승한 종목은 30개 미만을 유지하기도 했다. 장 마감 후 최종 기록은 전날보다 상승한 종목이 102개, 하락한 종목은 810개고, 보합세가 27개다.

오후 들면서 장세는 빠른 속도로 낙폭을 줄였다. 1680선까지 내려와 바닥을 친 코스피는 이후 빠른 속도로 반등하기 시작해 오후 1시 56분경에는 다시 1800선을 회복했다. 개장 초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간 셈이다.

연기금이 장을 떠받쳤다.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주식을 쓸어담은 기금은 이날 5053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금의 주도 아래 기관계에서만 9000억 원이 넘는 순매수세가 증시에 유입됐다.

기관의 매수세는 외국인 이탈이 본격화된 지난달 14일 이후로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4일부터 이날까지 기관이 주식을 순매도한 날은 불과 이틀에 불과하다. 지난달 12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이 4조 원이 넘는 자금을 순매도했음에도 증시가 낙폭을 줄일 수 있었던 이유다.

외국인과 행보를 맞추던 개인도 이날은 기관 움직임을 따라 1000억 원이 넘는 순매수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에서 거래대금은 13조3364억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종전 최고기록은 지난 4월 27일 거래량으로, 13조2591억 원이다.

비록 이날 증시가 최악의 상황은 맞이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상황은 한치 앞을 보기 힘들다. 근본적으로 코스피에 큰 영향을 주는 선진국 경제 상황이 개선되리라는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은행은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긴급보고서에서 "미국과 유럽의 경제문제가 단기간 내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글로벌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미국 국채, 금, 스위스프랑으로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은은 자체 분석을 통해 "미국 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질 경우 우리나라 성장률은 0.4%포인트 축소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포인트 하락한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종전 예상보다 0.5%포인트 낮은 1.3%에 그칠 것으로 보이고, 1분기 성장률은 당초 예상치인 1.9%에 한참 못 미치는 0.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 분석대로라면 한국 경제에 상당한 규모의 악영향이 우려된다. 이는 그 동안 국내 증시를 이끈 수출주가 지속적으로 하락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음을 뜻한다.

다만 한은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도산 당시와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의 외채구조가 크게 개선되고 외화유동성도 양호"하다며 "2008년 위기 당시와 (현재의) 다른 국가와 비교해볼 때 안정적 수준"이라고 불안심리 차단에 나섰다.

한편 이날 서울외환거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60원 오른 1088.1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장중 내내 환율은 1090원선을 오르내렸다. 환율이 장중 1090원선까지 오른 건 지난 6월 16일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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