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9일 국내외 언론에 연달아 기고한 글을 통해 이번 금융시장 파동의 주요 원인이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온 자본주의 시스템을 제 때 개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9일 장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에서 "지난 3년간 금융규제 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그러다보니 세계경제는 지난 2008년 위기를 창출한 바로 그 금융시스템에 그대로 의존해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대표적 사례로 장 교수는 신용평가기관에 흔들리는 세계 경제의 오늘을 꼬집었다. 지난 2008년 위기 당시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대형 신용평가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많았으나, 여전히 이들은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그리고 장 교수는 지난 8일(현지 시각) '국제금융의 심장이 장애를 일으켰다'는 <가디언> 기고에서 "(유엔 기구처럼) 서비스 수수료에 의존하지 않음에 따라 더 객관적인 공공의 신용평가사를 만들어 기존 신용평가기관과 효과적인 경쟁을 시킬 수 있다"고 제안하며 "그러나 이런 옵션이 심각하게 고려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장 교수는 나아가 최근 선진국들이 위기 대응책으로 시도하는 정부지출 삭감이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은 대처라고 질타했다.
현재 세계경제의 문제는 민간 부문이 회복하지 못하는 데서 찾을 수 있는데, 엉뚱하게 정부지출을 줄이면 경기가 오히려 후퇴한다는 얘기다. 장 교수는 그 사례로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이 재정지출을 삭감했음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점과 미국 경제 회복세 둔화를 들었다.
장 교수는 "많은 나라의 정부들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세금을 올리기보다는 복지비를 비롯한 지출 삭감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갈등이 심해지면, 더 이상의 지출 삭감이 불가능해지고, 무엇보다도 사회가 불안해져 경제활동이 위축"된다고 우려했다.
장 교수는 따라서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온 시스템에 대한 구조개혁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상품에 대해 명확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특히 조세피난처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정확한 재정정책은 통화위기로 인해 닥친 구조적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다"며 "이러한 구조개혁 없이는 이번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없고, 조만간 닥칠 더 큰 위기를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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