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나라 자연 하천의 전형으로 평가받고 있는 내성천을 대상으로 습지 복원사업을 시작한다"며 "1인 1평씩 내성천을 사는 '내성천 트러스트 운동'을 하자"고 제안했다. 시민들이 모금과 기부를 통해 내성천 주변에 사유지를 확보해 다시 강의 품으로 되돌려 주자는 것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
내성천은 경상북도 봉화군 선달산에서 시작해서 영주와 예천, 문경을 지나 낙동강에 합류하는 낙동강 제1의 지류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내성천은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모래톱이 발달해 강의 수질 정화능력이 극대화했고, 이로 인해 주변의 생태계가 풍요롭고 다양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선정 이유를 밝혔다.
내성천에는 조류, 어류,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법적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 멸종위기 1급인 흰수마자와 수달이 대표적인 예다. 천연기념물인 원앙 역시 내성천의 버드나무 군락에서 목격되고 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올해 안에 강의 대리인으로 모금에 참여하는 1만 명을 모집해 사유지 1만 평을 확보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잡았다. 2차 목표는 2015년까지 10만 명이 참여해 사유지 10만 평을 확보하는 것이다.
단, 단체나 정당의 연대방식을 제한하고 시민이 주체가 되자는 취지에서 1인 1평에 한하여 개인 참여를 받고 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우리나라 자연하천의 전형적인 모습을 간직한 내성천을 자연습지로 복원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겠다"며 시민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도롱뇽 등 생태계 보호를 위해 천성산 터널 공사 반대 운동을 펼쳐왔던 지율 스님도 참여했다. 지율 스님은 "지금 내성천은 상류부터 하류까지 1m 정도 엄청난 양의 모래가 낙동강으로 떠내려간 상태"라며 "만일 지금 서울, 경기지방에 내리는 것 같은 폭우가 낙동강 상류를 중심으로 쏟아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지율 스님은 이어 "지금부터 강의 역학적인 움직임을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강이 어떤 노력으로 복원되고 치유되어 가는지 기록하는 일을 해야겠다. 그런 의미로도 내성천은 무척 중요한 곳"이라고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 내성천. ⓒ지율 |
우리가 강이 되어주자 ㅡ 1인 1평 사기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시작하며 그동안 강가에 섰던 마음이 결코 소홀했던 것은 아니지만 설마 설마 하는 동안 아름답던 우리의 강은 그 원형이 알아볼 수 없게 변해버렸습니다. 모래톱이 아름다운 백사장은 골재라는 이름으로 팔려나갔고 푸른 머리 감으며 그늘을 이루던 버드나무 숲은 생태공원 조성이라는 이름으로 베어져 넘어졌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하늘 아래 땅 위에서 우리와 함께 숨 쉬던 수많은 생명들이 사라져 가는 것을 먹먹한 눈으로 지켜보았고 빛과 소리와 향기로 찾아오던 많은 것들을 캄캄한 세상으로 묻어 보냈습니다. 강은 우리의 어리석음을 경고하듯, 문화유산이었던 왜관철교를 무너뜨렸고 높게 쌓은 제방과 구조물들을 허물었습니다. 이제 강은 우리가 파헤쳐 놓은 궤적을 흘러가면서 파인 곳은 높이고 높인 곳은 낮추며 치유를 위해 힘겹게 흐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개발의 칼끝을 지천과 소하천으로 돌리려 하고 있으며 강은 다시 초미지급(焦眉之急)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 급박한 시점에서 정부를 탓하고 누군가의 탐욕이라고 손가락질하기에는 우리의 관심과 참여가 너무 소홀했음을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손가락질하는 그 손끝에 서 있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향하고 있기에 분하고 냉담했던 마음을 돌이켜 다시 강을 보듬고 강이 스스로를 치유하여 가는 일에 작은 손길이라도 보태기 위하여 강의 땅을 강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1인 1평 사기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시작합니다. 지천과 소하천은 강의 원형입니다. 내성천은 낙동강의 원형입니다. 땅속 20m까지 깊은 모래층을 가지고 있고 지하 6m 깊이까지 수분을 함량하고 있는 강은 세계적으로도 유일무이(唯一無二)하다고 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트러스트 운동을 통해 내성천의 가치를 전하고 자연과 사람이 화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숙고하며 무너진 땅의 역사를 일으켜 세우는 밑거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강은 우리가 그 가치를 깨닫기 전까지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기에 간곡한 마음으로 이 운동에 동참 할 것을 호소합니다. 2011년 7월28일 지율합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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