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2시간여의 회의 끝에 여당측 이사들의 이름만으로 민주당 대표실 도청 관련 입장을 발표했다. KBS 경영진의 진술을 신뢰한다는 입장이다.
27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주요 언론사에 배포된 이사진 발표문을 보면, KBS 여당 추천 이사 7명(손병두, 남승자, 홍수완, 이창근, 정윤식, 이상인, 황근)은 "국민의 방송인 KBS가 사실여부를 떠나 이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당혹감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 문제 때문에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도약하기 위해 현 이사회가 오랜 숙의를 거쳐 전원 합의해 제출한 'KBS수신료 인상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여당측 이사진은 "첫째, KBS 이사 전원은 '국회도청의혹'이 발생한 것 자체에 대해 그 진위를 떠나 책임을 통감하며 공영방송 KBS를 아껴주시는 국민과 시청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장을 비롯한 회사 측의 진술과 입장을 신뢰"한다며,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 수사 결과 KBS가 어떤 형태로든 관여되어 있다면, 이사회는 회사 측에 강력한 문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매한 입장을 취했으나, 일단 경영진의 설명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와 관련, 전날(27일) 오후 4시께부터 열린 이사회 회의에서 여당측 이사진과 야당측 이사진은 논의에 진통을 겪었으며, 그 결과 야당측 이사진은 전원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야당측 이사인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는 "수신료 인상 문제가 중요한데 야당측 이사들이 도청 문제를 따지니 우리보고 '책임져야 한다'고 하더라"며 "야당측 이사진이 퇴장한 후 발표문이 작성된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도청문제가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와중에도 여당측 이사들은 수신료 인상안이 좌초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당측 이사들은 "이번에 합의된 3500원 수신료인상안은 이상적인 공영방송으로 도약하기에는 부족하지만 2012년 디지털방송 전환과 최소한의 공적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준"이라며 "중요한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도청'과 같은 현안문제에 묻혀 사장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특히 이번 현안으로 인해 사내 구성원들 간에 발생하고 있는 불협화음과 갈등은 KBS구성원 모두가 열망하는 수신료 인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언론노조 KBS본부의 사내 설문조사를 문제 삼았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20일부터 닷새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KBS가 도청 사건에 연루됐다는 응답률이 97%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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