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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정부, 가짜 탈레반 지도자와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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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정부, 가짜 탈레반 지도자와 협상"

뉴욕타임스 보도…카르자이 대통령과 면담, 거액 건네기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지원 속에 탈레반 지도부와 평화협상을 추진해온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을 사칭한 인물에게 농락당해온 것으로 밝혀졌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23일 보도했다.

그동안 아프간 정부는 지난 3월 탈레반 고위 관리인 아크타르 무함마드 만수르와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의 재정 및 군수를 담당하는 후방지원군 지도자로 올 초 파키스탄과 미국 정보 당국에 체포된 2인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의 자리를 승계한 인물이다.

그동안 아프간 정부와 나토군은 이런 만수르를 탈레반과의 고위급 협상 채널로 여기고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만수르를 자처하며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이 인물이 다른 사람인 것으로 밝혀졌다는 게 관리들의 전언이다.

카불에 주재하는 한 서방 외교관리는 "그는 만수르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에게 많은 돈을 줬다"고 말했다.

또 미국 관리들도 문제의 인물이 만수르일 것이라는 기대는 물론, 그가 탈레반 지도자위원회(퀘타 슈라)의 일원일 것이라는 희망도 접었다고 확인했다.

만수르를 사칭한 이 인물은 탈레반의 은신처로 알려진 파키스탄에서 국경을 넘어와 나토 및 아프간 관리들과 3차례 회담했다.

협상 과정에서 그는 탈레반 지도부의 안전한 아프간 복귀와 탈레반 대원들에 대한 취업, 수감된 대원들의 석방 등 비교적 온건한 협상 조건을 제시했다.

심지어 그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도 만났다.

아프간과 나토군은 비행기를 동원해 만수르를 사칭한 인물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으로 안내했다고 관리들이 전했다.

스파이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런 상황은 아프간 전쟁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아프간과 미국 지도자들의 시도에 얼마나 많은 불확실성과 난관이 존재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신문은 평가했다.

실제로 탈레반 지도자들은 대부분 국경 너머 파키스탄에서 미국의 원조를 받는 파키스탄 정부 또는 군부의 지원을 받으며 은신해있다.

더욱이 이들은 좀체 공개 석상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신원을 확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아프간과 나토군은 만수르를 자처한 인물에게 협상 개시와 재개 대가로 상당한 액수의 돈을 건넸다고 한 서방 관리가 전했다.

그러나 이번 '사기극'이 남긴 더 큰 타격은 협상을 통해 아프간 전쟁이 종식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실제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아프간 주둔 나토군 총사령관은 탈레반 지도자들이 최소한 전쟁 종식을 논의할 의지가 있다며 기대를 나타냈었다.

더욱이 일부 백악관 관리들은 탈레반 협상 대표의 실명이 언론에 거명되면 협상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언론에 보도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만수르를 가장한 이 인물은 누구일까?
아프간 관리들은 탈레반이 만수르를 사칭해 보낸 대리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파키스탄 정보부(ISI)가 보낸 가짜 탈레반 지도자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아프간과 탈레반의 직접 접촉을 반대해온 ISI가 국제사회에 탈레반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탈레반에 대한 여전한 지지를 증명하기 위해 이런 모험을 감행했다는 것이 이런 추측의 근거다.

이런 가운데 일부 아프간 지도자들은 문제의 인물이 만수르이며, 그가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아프간 정부 지도자는 "그에 대해 의혹이 일고 있지만, 그가 만수르일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레반 사령관 출신인 사예드 아미르 무함마드 아가는 탈레반이 협상에 응할 것이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탈레반은 결코 평화를 수용하지 않고 계속 싸울 것이다. 그들은 지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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