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을 주민인 박미옥(가명‧41) 씨는 "산사태로 토사가 내려와 기둥이 쓰러지면서 판넬(패널)에 갇혔다가 구조된 사람이 있다"며 "산에서 흙이 내려오고 물이 허벅지까지 차는 바람에 압력으로 문이 안 열려서 할 수 없이 마을 사람 몇몇이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박 씨는 산사태 때문에 무너진 집도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산사태, 침수 및 붕괴, 골목길 LPG 가스 누출 위험 등으로 마을회관에 대피했다. 오후에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대다수 주민은 마을회관에서 나와 집안까지 들어선 물을 퍼내고 있었다. 한 주민은 "오전에는 LPG 가스통이 물살에 쓰러져 넘어져 가스통이 터지는 사고가 났다"며 "수도와 전기도 끊겼다가 방금 들어왔지만, 혹시라도 감전될까 봐 겁나서 불도 못 켜고 있다"고 말했다.
▲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주민들은 추가 수해에 대비해 문 앞에 모래주머니를 쌓아두고 있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
41살 된 아들을 지난해 먼저 떠나보내고 고등학교 2학년인 손자와 둘이 살고 있다는 김공순(84) 씨는 "손자하고 둘이 사는데 쓰레기통 뒤져가며 산다"며 "산사태와 물난리 때문에 화장실 똥이 온 방에 넘쳐서 살기가 막막하다"고 말했다.
"하수도에 물이 들어오면 변소가 넘쳐 온 방에 똥내가 난당께. 작년 추석에도 그랬었어. 똥 냄새가 나서 방에 있지 못하니까 여기(주민자치회관) 있지. 작년에 들어온 것도 아직 냄새가 안 가시는데 똥물이 또 들어왔응게."
비가 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추가 피해에 대비해 문 앞에 모래주머니를 쌓던 황명구(가명‧59) 씨는 "여기는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다른 곳보다 수해 피해를 더 많이 입는다"며 "매년 수해가 오는데 정부가 복구도 잘 해주고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길(가명‧40) 씨는 "언론에서는 강남이나 광화문 같은 번화가만 조명하는데, 같은 강남이지만 판자촌에 사는 우리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주민은 "우리도 조명했으면 하지만, 없는 사람이니 어쩌겠나"라며 한숨을 쉬었다.
구룡마을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마주한 대표적인 판자촌이다. 전두환 정권이 1988년 올림픽 당시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빈민촌을 정리하면서 철거민들이 모여 만들어졌다. 서울시는 구룡마을에 공영 재개발을 추진하고자 하지만, 주민들은 "서울시가 민영개발만큼의 권리를 보장하거나, 임대분양권을 제대로 주지 않으면 물러설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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