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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 선언한 손학규, 정세균과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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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 선언한 손학규, 정세균과 다를까?

[김종배의 it] '어둠의 삼각권력' 저항을 뚫으려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기세가 무섭다. 대여 전면전을 선언하면서 말을 아끼지 않는다. "국회를 무력화시키고 독재의 길로 들어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 형제들, 한줌의 정치세력들과 맞서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국회 상임위 활동을 전면 보이콧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궁금하다. 이 기세가 얼마나 갈까?

이렇게 묻는 이유가 있다. 민주당의 이전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르기 때문이다.

노무현 서거 국면에서 민주당은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이명박 정권을 규탄한다며 대통령의 사과를 비롯한 5대 요구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국회 일정에 응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다가 꼬리를 내렸다. 장외투쟁에 들어간 지 한달 여만인 7월 12일 전격 등원을 선언했다. 기세 좋게 내걸었던 5대 요구조건 어느 하나 실현된 게 없는데도 무조건 등원을 결정했다.

이때만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한 후에도 국회를 뛰쳐나갔다가 8월 27일 전격 등원 결정을 내렸다. 물론 이때도 빈손이었다.

이 탓에 민주당과 정세균 당시 대표는 신뢰를 잃었다. 말만 번지르르 하고 뒷심은 없는 '허약 정당' '물 대표'로 낙인 찍혔다.

자칫하면 손학규 대표도 비슷한 처지에 빠진다. 지난해처럼 '전면 보이콧'을 '전격 참여'로 손바닥 뒤집듯 하면 손학규 대표 또한 '물 대표'란 낙인을 피할 수 없다. 아니, 한나라당 출신이란 점이 재부각되면서 '태생적 한계'가 거론될 가능성까지 있다.

막연한 가능성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에 가까운 가능성이다. 노무현 서거국면, 그리고 미디어법 국면에서의 '전면 투쟁'은 그나마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정 앞에서 직접 향을 피운 500만 명이 넘는 시민, 그리고 70%에 육박하는 국민이 민주당의 투쟁을 심정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민주당이 '전면 투쟁'을 선언한 직접적 계기인 청목회 후원금 의혹사건의 경우 60%(민주당 조사) 또는 70%(청와대 조사)에 가까운 국민이 검찰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나쁘면 나빴지 나을 게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손학규 대표는 '전면 투쟁'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 손학규 민주당 대표 ⓒ프레시안

바로 이점을 의식했기 때문일까?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하면서도 장외로 뛰쳐나가진 않았다.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하면서도 예산결산특위는 보이콧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벼랑끝 싸움을 벌이지 않고, 여론 역풍을 자초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마찬가지다. 그래도 달라지는 건 별로 없다. 대포폰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고 검·경 수사권 분리 방안을 담은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한 만큼 평가 척도는 이것이 될 수밖에 없다. 기나긴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포폰 국정조사와 특검만은 반드시 따내야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이 악평을 면할 수 있다.

헌데 쉬워보이지 않는다. 손학규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명박 대통령과 그 형제들, 한줌의 정치세력들과 맞서지 않을 수 없(는)" 대포폰 의혹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으로 구성되는 "어둠의 삼각권력"과 정면 대결을 벌여야만 하는 대포폰 의혹이다. 그만큼 여권, 아니 "삼각권력"의 저항이 결사적이지 않겠는가.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이 과연 이 저항을 뚫어낼 수 있을까?

손학규 대표는 취임 후 처음으로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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