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2일 IMF 부총재직을 하나 더 신설해 이 자리에 주민(朱民) IMF 특별고문(전 인민은행 부총재)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IMF와 세계은행은 각각 유럽과 미국이 총재직을 독식하고 있고, IMF 수석부총재직도 미국의 차지였다. IMF의 나머지 부총재 2자리는 일본과 남미·아프리카 출신이 차지해 중국이 끼어들 자리가 없었지만 이번에 하나 더 신설되면서 합류하게 됐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6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도 "IMF와 같은 국제금융기구가 개도국의 커진 영향력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는 걸 안다. 신흥 개도국을 위해 IMF의 고위직을 신설하는 것도 괜찮은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어 중국 출신 인사의 고위직 기용이 점쳐져 왔다.
IMF의 전례 없는 인사는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전 총재의 성추문 파문 이후 월가 출신의 프랑스인인 라가르드 총재가 또다시 총재직에 오르면서 중국을 위시한 개도국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 처음으로 중국 출신 IMF 부총재에 임명된 주민 IMF 특별고문(전 인민은행 부총재) ⓒ로이터=뉴시스 |
주민 내정자는 미 존스홉킨스대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고 1990년~1996까지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했다. 중국 내에서는 중국은행 부행장, 인민은행 부총재 등을 거쳤다. 최근 IMF 특별고문을 맡았던 주민은 라가르트 총재의 부총재직 신설 발언이 나온 이후 유력한 후보로 꼽혀왔다.
IMF 중국담당 부서를 맡았던 에스와 프라사드(Eswar Prasad)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이번 인사는)두드러지게 성장한 중국의 자금력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IMF가 장차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한 관심을 키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마다 무역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미국은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 위안화를 절상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는데 이번에 보인 유럽과 미국의 '호의'가 위안화 절상 요구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편, 올해 8월로 임기가 끝나는 존 립스키 IMF 수석부총재의 후임으로는 데이비드 립튼 전 미국 재무차관이 지명됐다. 립튼 지명자는 클린턴 행정부 당시 재무차관을 지낸 후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국가안보회의(NSC)와 국가경제회의(NEC) 자문역을 맡아왔다. 립스키 내정자는 1997년 한국의 구제금융에 관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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