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대표실 도청사건에 휘말린 KBS가 점차 궁지로 몰리고 있다. 지난 7일 국회를 출입하는 KBS의 장모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노트북과 스마트폰, 녹음기를 압수했다.
9일 <경향신문>은 경찰이 장 기자의 집에서 압수한 물품들을 근거로 "장 기자는 지난달 23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내용을 스마트폰을 이용해 녹음하는 방법으로 도청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장 기자가 지난달 23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휴 '휴대전화를 놓고 갔다'며 대표실에서 휴대전화를 가져갔다"는 민주당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 현재 경찰은 압수한 기기의 삭제 파일을 되살려 실제 장 기자가 도청 사건에 연루된 게 맞는지, 녹음 내용을 바탕으로 녹취록을 작성한 것인지, 회사와는 어떤 지시사항을 주고받았는지를 집중 수사할 예정이다.
KBS는 지난 8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KBS는 이번 압수수색이 뚜렷한 증거도 없이 특정 정치집단의 근거 없는 주장과 일부 언론 등이 제기한 의혹에 근거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있을 수 없는 일로 간주한다"며 "경찰의 이번 조치는 언론기관 KBS에 대한 모독이자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며 강력하게 항의한다"고 반발했다.
만일 수사 결과 장 기자가 KBS 보도국 고위층 혹은 경영진과 도청 사실을 교감했다는 증거가 확보될 경우, KBS는 궁지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장 기자가 도청을 감행한 게 맞다면, 장 기자가 상당히 연차가 낮은 기자임을 감안할 때 단독으로 정당 대표실 내역을 도청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언론계의 중론이다.
민주당은 이미 당대표실 불법도청 진상조사위원회(천정배 위원장)를 꾸려 "경찰은 이미 KBS 기자의 도청 혐의에 대해 상당한 객관적 근거를 갖고 법관까지 설득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라며 "지금까지 각종 제보와 추측에만 의존했던 KBS의 도청 의혹이 이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가고 있다"고 KBS를 압박했다.
한편 경찰은 해당 녹취록을 최초 공개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오는 12일 귀국하는대로 출두를 요청할 방침이다. 만약 한 의원이 도청 자료였다는 사실을 알고도 녹취록을 넘겨받았다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한 의원과 보좌진 5명에 대한 통화내역 확보를 위해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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