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오르면 물가가 상승하고, 물가가 상승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중소영세기업들이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도산한다. 결국 일자리가 사라진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위원들의 해마다 거듭한 주장이다. 2012년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한 사용자 위원은 최저임금위원회 6차 회의에 이를 때까지 줄곧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했다. 7차 회의 때 내놓은 안이 '30원 인상'이었다. 사용자 위원이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최저임금 인상이 경영압박으로 다가서는 기업도 있을 수 있다. 도산하는 기업이 생기면 일자리가 사라져 임금 노동자에게 도리어 해가 될 수도 있다.
과연 사용자 위원들은 국민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노심초사' 했을까?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중소영세기업의 도산을 막으려고 정말 애썼을까? 결코 수긍할 수 없다.
2008년 10대그룹 매출액은 546조6000억 원이었다. 2010년 매출액은 873조7000억 원이다. 무려 60% 가까이 늘었다. 삼성전자는 2010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2조7570억 원이다. 2008년 5조6665억 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현금 비중도 2008년 7.8%에서 지난해에는 11.9%로 증가했다. 현대자동차, LG화학, 하이닉스, 롯데쇼핑, SK텔레콤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의 곳간에 현금이 쌓인다는 것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앞장서는 이명박 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대기업 현금보유량이 많다. 투자를 안 하니까 서민들이 힘들다"다며 대통령이 나서서 질타하기도 했다. 일자리를 만들라고 온갖 세금 특혜를 기업에 주었더니, 일자리는 만들지 않고 현금만 챙기는 대기업에 성이 난 거다.
중소영세기업이 죽어가는 진짜 이유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5월, 1차 협력업체들의 납품단가를 2~5% 인하를 요구했고, 이를 관철했다.
1차 협력업체의 납품단가 인하는 2,3차 업체에게 그 부담이 고스란히 옮겨간다. 한계기업은 시급 5410원, 한 달 꼬박 일해야 113만690원을 받는 최저임금노동자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곳간에 막대한 현금을 꼬박꼬박 쌓아두면서도 협력업체에게 더 많은 이윤을 뽑아내려는 대기업 때문에 생긴다.
최저임금이 물가를 올렸을까? 올해 1/4분기 정유 4사의 순이익을 사상 최대로 예측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1/4분기 영업이익이 7500억∼8500억 원으로 추정한다. 국제유가가 140달러까지 치솟고 중국발 세계경기가 호황이었던 지난 2008년 3/4분기(7330억원) 기록을 넘어설 거라고 전망한다. 지난해 전체 순이익은 1조2363억 원으로 81.8% 증가했다. 하지만 기름값은 사상 최대치 갱신을 앞두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위원들이 진정 물가 상승을 우려하고, 중소영세기업의 파산을 원치 않는다면 이 사태의 진짜 주범에게 책임을 물어야 옳다. 한 달에 일백만원 남짓 받겠다고 나선 최저임금노동자의 생계를 쥐고 위협하는 꼴은 정말 볼썽사나울 따름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위원의 사퇴는 명분이 없다. 아니 후안무치하다. 최저임금의 동결을 말하기 전에 대기업의 곳간을 열어 일자리를 만들고 나서 할 말이다. 최저임금도 주지 못해 한계에 봉착하는 기업이 생기지 않도록 대기업의 불공정한 단가 후려치기부터 반성해야 할 노릇이다.
밤에는 사람답게 잠 좀 자자며 나선 노동자에게는 '연봉 7000만 원' 운운하고, 정리해고를 멈추라는 시민의 요구에는 공권력의 엄단을 강요하는 경총을 위시한 사용자 위원은 더 이상 최저임금노동자의 절박한 생존의 요구에 사용자 위원 '사퇴'라는 뻔뻔함이 아닌 '사죄'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사용자 위원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2012년 최저임금 '5410원'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최저임금법 제정 목적인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최저임금법 1조)"하는데 동참하면 된다.
끝으로 '공익'이 무엇인지도 모른 체 '십원, 백원'하며 저잣거리 흥정만 요구하는 공익위원 '교수님'과 그 흥정을 나 몰라라 하며 뒷짐을 지고 있는 노동부를 비롯한 정부의 책임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파렴치한 사용자 위원들에게 최저임금노동자들이 휘둘리지 않도록 공익위원 제도의 전반적인 재검토와 법제도 개정에 당장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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