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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뻘 아이들 지갑, 이렇게 털어먹는 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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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뻘 아이들 지갑, 이렇게 털어먹는 건 좀…"

페스티벌시즌 개막…새로 떠오른 우려와 기대는?

7월은 페스티벌 시즌의 개막을 알린다. 오는 22일 캐리비안베이에서 처음 열리는 캐리비안베이 썸머 웨이브 페스티벌을 필두로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낙산 썸머 페스티벌,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글로벌개더링 코리아 등이 초가을까지 줄줄이 개최된다.

올해는 이전 어느 때보다 페스티벌이 많아졌고, 다양성도 늘어났다. 반면 음악인의 중복 출연이 늘어난데다 뚜렷한 음악인의 모습을 찾기 힘들어 팬들의 분산도 우려된다. 자칫하다간 예전처럼 티켓 판매 부진으로 인해 페스티벌이 취소되는 사태가 또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국내 페스티벌 문화의 양대 축인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과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언제나 그렇듯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2일 현재까지 확정된 라인업을 중심으로, 현재 논란이 쟁점을 짚어봤다.

▲ ⓒ프레시안

아이돌은 무대 오르면 안 돼?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은 라인업을 발표한 후 팬들의 적잖은 반발을 낳았다. 디제이 디오시(DJ DOC), 김완선, 정진운(2AM), 정원영밴드, 유브이(UV)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간 해외의 유명 음악인과 국내 인디 음악인 위주로 꾸려지던 라인업에 TV 친화적 음악인들이 대거 포함되자, 록팬들 사이에서는 페스티벌이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잖았다.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참여를 확정한 남성 아이돌그룹 2AM의 정진운. 그는 밴드를 대동해 솔로앨범 타이틀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뉴시스
이번에 참여한 음악인 대부분이 이른바 '로킹'한 성향의 음악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라는 점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CJ E&M 관계자는 "김완선의 경우 올해 새롭게 새벽시간대에 맞춰 꾸민 '하이프 스테이지'에 오른다. DJ DOC는 라이브세트로 '음악적으로 꽉 찬' 무대를 선보인다. 다양한 음악 장르를 팬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차원이다. 메인 스테이지는 예전과 다름없이 뛰어난 음악적 성취와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음악인들에게 개방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런 논란은 국내에서만 일어난 건 아니기도 하다. 지난 2008년 동부 힙합의 최강자인 제이지(Jay-Z)가 세계 최고의 록 페스티벌로 불리는 글래스톤베리 참여를 결정하자, 록 음악인들도 우려를 보냈다. 당시 노엘 갤러거(전 오아시스)는 "글래스톤베리 연출자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직격탄을 날릴 정도였다.

그러나 제이지는 기타를 메고 나와 오아시스의 <원더월(Wonderwall)>을 패러디한 과감한 무대를 선보였고, <인디펜던트>는 "글래스톤베리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이라고 칭송했다.

결국 페스티벌의 세계화를 주도한 록 페스티벌의 무대는 자연스레 넓어지고 있다. 이는 음악의 장르 간 융합이 활발해진 지난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흐름이다. 이제 록 음악인만 오르는 페스티벌을 오히려 찾기 어렵다. 이미 90년대 말 영국에서 테크노 열풍이 불때부터 다양한 테크노 음악인들이 록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를 장식했고, 뒤이어 힙합 음악인들도 대형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소울의 대부'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은 생전에 우드스톡, 글레스톤베리 등 다양한 무대에 올랐고, 프로디지(Prodigy), 케미컬 브러더스(Chemical Brothers) 등의 테크노 음악인 등은 물론, 장르적 특성이 강한 많은 음악인들이 페스티벌을 찾은 팬들을 음악에 흠뻑 젖게 해 왔다. 당장 국내에서도 케미컬 브러더스, 베이스먼트 작스(Basement Jaxx), 언더월드(Underworld),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 고!팀(The Go! Team) 등의 음악인들이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바 있다.

'아이돌을 음악인이라 부를 수 있느냐'는 논란도 함께 일어날 수 있다. 예컨대 제이지 등과 달리 아이돌은 '기획사가 포장한, 노래 부르는 상품에 불과한데, 이런 이들을 끊임없이 장르적 고민을 해 온 진지한 음악인들과 같은 무대에 세우는 게 합당하냐'는 얘기다. 당장 <나는 가수다>에 옥주현이 합류할 당시도 이런 문제의식이 그를 비판하는 팬들의 목소리 기저에 깔려 있었다.

그런데 이웃 일본에서는 국내 아이돌 음악인들을 일찌감치 무대에 올린다. 당장 올해도 빅뱅, FT 아일랜드, 보아, 소녀시대 등이 일본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무대에 선다. 사실상 음악의 경계는 물론, 페스티벌의 엄숙주의도 끝났다는 얘기다.

우드스탁, 몬터레이 팝 페스티벌,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 등이 음악의 순수성과 저항성을 강조하던 시대는 예전에 끝났다. 노골적으로 말해 지금의 페스티벌은 대형 기획사가 '돈이 되는' 가능성을 좇아 열고, 이에 '돈을 본' 기업체들이 달라붙는, 완벽히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한 놀이 마당이다. 이런 축제 마당에 참여해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걸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듯, 이 마당에 오르는 음악인들을 '진정성'의 잣대로 평가할 이유도 없다. 아이돌이 최근 거둔 상업적 성과를 음악적 성취로 과대포장하는 것 못지않게 '페스티벌 무대에 설 자격'을 특정 음악인에게만 주는 것 역시 옳지 못하다.

▲대중음악 페스티벌은 기본적으로 대규모 인원이 모여 행하는 일종의 의식적 속성을 띈다. 공연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청충과 음악인이 자신들 스스로에게 압도되는 원인이다. 이 점에서 한국의 공연 시장은 아직 한계가 있다. 저변이 약하기 때문이다(작년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자료사진). ⓒ엠넷미디어 제공

찢어진 페스티벌

그럼에도 불구, 페스티벌의 정체성이 모호해진다는 점은 문제다. 보다 정확히는, 한국처럼 대중음악 공연 시장이 작은 나라에서 개성을 파악하기 힘든 페스티벌이 난립한다는 게 문제다. 당장 최대 페스티벌인 지산밸리, 펜타포트마저 갈수록 뚜렷한 개성을 파악하기 힘든 공연무대가 돼 팬들의 발걸음이 분산되는 게 현실이다.

해외 프랜차이즈를 바탕으로 전자음악 파티가 중심이 되는 글로벌개더링, 재즈음악이 주축이 되는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여성팬 취향에 맞춘 따뜻한 음악이 울리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정도가 특정 팬들의 구미를 확 당길 확실한 무대다.

이들을 제외하면 이미 대형 페스티벌이 헤비메탈에서부터 힙합에 이르기까지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모두 수용하는 마당에, 비슷한 시기에 열릴 새로운 페스티벌에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과 돈의 여유가 있는 팬은 얼마 없다. 당장 최근만 해도 매년 새로운 페스티벌이 대형 스타를 내세워 출범했으나, 대부분이 티켓판매 부진으로 열리지 조차 못했거나 1회 공연으로 끝났다.

국내 대중음악 저변이 넓어지지 않고서는 공연 무대만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당장 올해도 국내의 한 유명 페스티벌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는 음악인을 섭외하려했다 '국내 음반 시장이 작다'는 이유로 섭외에 실패했다. 음반 시장과 페스티벌 시장이 함께 성장하지 않는 한, 당분간 페스티벌의 양적 성장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돈 없어서 숙박할 곳을 못 찾는 청춘들, 의외로 있다. 정말로!(작년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자료사진) ⓒ엠넷미디어 제공

이건 아니잖아요

밤새 떠들어대는 아이들 때문에 지역민들 괴로운 심정, 충분히 이해된다. 술 먹고 난리치는 젊은이, 밤새도록 돼지 멱 따는 소리로 알아듣지도 못할 노래를 불러재낄 젊은이들, 많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들은 그간 지역민들이 손 놓고 있던 '비수기'에 지역 경제를 살려주는, 고마운 손님들이다. 독점적 경쟁 시장이 삽시간에 형성됐다고 해서, 이렇게 숙박비를 올려 받는 건 좀, 아니잖아요? 어차피 페스티벌 오는 사람 대부분이 주머니 사정 뻔한 20대인데, 자식뻘 아이들 돈 이렇게 뺏어먹으려는 건, 좀, 아니잖아요?

지난해 페스티벌 당시 논란이 됐던 페스티벌 지역과 서울 간 버스 운행 문제, 경비업체 직원의 과도한 몸수색, 외국인과 한국인 간 역차별 문제 등도 올해는 사라지길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금~월요일을 마음놓고 쉴 수 없는, 과도한 노동중독 사회인 한국 자체를 바꿔야 페스티벌이 산다. 축제 문화는 기본적으로 노동중독 사회에서는 성장하기 어렵다. 즐기는 나라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 다음 정권이 들어선다손 치더라도 나올 수 있을까?

기대되는 무대

올해 페스티벌은 오아시스(Oasis), 뮤즈(Muse)처럼 '확실한 한 방'을 갖춘 무대가 없다.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은 예전보다 초라해진 헤드라이너(케미컬 브러더스, 아크틱 몽키스, 스웨이드)로 팬들의 실망을 낳았고, 아직 타임테이블조차 확정하지 못한 펜타포트는 콘, 부활, 팅 팅스 등을 헤드라이너급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볼만한 무대는 많다. 다음은 환호가 예상되는 음악인들의 무대 예상.

UV(지산밸리) : 아마도 올해 페스티벌에서 가장 큰 환호를 이끌어낼 듯.
장기하와 얼굴들, 허클베리 핀, 인큐버스(Incubus), 아크틱 몽키스(Arctic Monkeys)(지산밸리) : 모두 새 앨범 발매 직후 컴백 무대.
DJ DOC, 김완선(지산밸리) : 아마 디오시는 잘할 것이다. 김완선은 미지수.
9mm 파라벨럼 불릿(9mm Parabellum Bullet)(지산밸리) : 지산은 항상 의외의 팀 하나씩은 무대에 세운다. 올해 팬들이 깜짝 놀랄 무대.
가리온(펜타포트) : 한국 최고의 힙합팀이 록 페스티벌에 오른다.
원더버드(펜타포트) : 실력파 음악인들이 재결성해 무대에 오른다. 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이라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무대.
콘(Korn)(펜타포트) : 지난 펜타포트는 데프톤스가 살렸다. 콘이 해낼 수 있을까.
팅 팅스(The Ting Tings)(펜타포트) : 영국 매체의 '하이프'를 받은, 소위 말하는 현지에서 뜨는 팀. 국내 팬들 입맛에 맞을까.
검정치마, 마마스 건(Mamas Gun)(펜타포트) : 기대 이상의 환호를 받을 것.
헤븐 셸 번(Heaven Shall Burn)(부산) : 헤비메탈이 땅 밑으로 내려갔다지만, 여전히 청춘의 피를 끓게 만드는 실력파 밴드는 계속 나온다. 부산 페스티벌은 공짜다. 찾는 사람만이 보물을 건진다.
윌 아이 엠(will. i. am), 에이콘(Akon)(캐리비안베이) : 부디 작년 카니예 웨스트보다는 좋은 대접 받기를.
정진운(지산밸리) : 어떤 무대가 될지 전혀 상상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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