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잠정발효로 국내 기업의 대 EU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많지만, 수출자격 요건을 갖춘 기업이 대상기업의 40%에도 못 미쳐 '날림 협정'이라는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일 박주선 민주당 의원실이 관세청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현재 한·EU FTA 수출자격 요건인 '인증수출자'에 지정된 국내기업은 대상업체 4333개 중 1666개(38.5%)에 불과하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번 주까지 50%가량 인증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FTA가 발효되고도 절반가량의 기업이 여전히 수출자격을 얻지 못한 셈이다.
특히 문제는 원산지 인증수출자 지정 대상기업의 92%에 달하는 중소기업 대부분이 아직 인증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인증 완료 수준을 수출금액 별로 보면, 인증수출자 지정 대상 기업 전체의 수출금액 235억7000만 달러 중 현재 인증이 완료된 금액 규모는 181억1000만 달러(76.8%)다.
수출규모가 큰 대기업 위주로 인증이 이뤄졌음을 확인 가능하다. FTA 발효 초기 혜택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대기업에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원산지를 인정받지 못해 아직 인증수출자 자격을 받지 못한 기업이 EU로 수출할 경우, FTA 혜택과 관계없이 관세를 다시 물어야 하는 등 피해가 커진다.
그러나 중소기업 대부분이 아직 관련 사실조차 모르고 있어 문제다. 지난 3월 25일 관세청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4%가 FTA 체결 사실은 알고 있으나 71.3%(598개)의 기업이 상대국 관세율, 원산지 등 FTA와 관련된 필수지식을 모른다고 답했다.
반면 EU 기업은 사실상 인증수출자 자격을 100% 완료한 상황이다. 박주선 의원실 관계자는 "인증수출제는 EU가 1975년부터 채택해온 제도"라며 "FTA 발효 후 EU의 수출기업들은 곧바로 관세 철폐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산지 인증수출자 제도는 원산지 증명 능력이 있음을 인증받은 수출자에게 원산지증명서(C/O, Certificate of Origin) 발급절차와 첨부서류 제출 간소화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건당 6000유로(약 950만 원)를 초과하는 물품을 수출할 때 관세청에서 '인증수출자'로 지정된 기업만 특혜관세를 적용받는다. 다만 건당 6000유로 이하의 물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인증수출자 지정을 받지 않더라도 원산지증명서를 자율 발급해 수출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EU에 6000유로 이상을 수출한 기업은 8206개 업체에 달한다.
결국 한·EU FTA가 발효되더라도 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지 않는 한, 사실상 관세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대 EU 수출기업에 대한 인증수출자 지정 확대를 위해 일부 요건을 우선 인증한 후 미비한 사항을 나중에 보완토록 하는 가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일정 요건 하에서는 원산지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인증수출자 지정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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