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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바위판만도 못한 최저임금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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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바위판만도 못한 최저임금 협상

[기고] 최저임금 덫에 걸린 노동계

2012년 최저임금 '30원 인상(0.7%)'을 사용자 측이 제시했다. 줄곧 동결을 주장하던 사용자위원들이 지난 24일 최저임금위원회 7차 회의에 이르러 제출한 안이다. 전체노동자 평균임금의 50%인 5410원을 제시했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으로 구성된 노동자위원은 90원을 낮춘 5320원 수정안을 냈다. 공익위원들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생각' 없이 회의의 차수만 늘려가고 있다.

저잣거리 흥정만도 못한 최저임금 협상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 회의 과정을 살펴보자. 지난해 노동자 위원들은 5180원을 요구했고,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하며 협상을 시작했다. 노동자위원들은 회의가 거듭됨에 따라 5110원, 5080원과 같은 식으로 몇십 원 단위로 내려가다가 마지막 8차 회의에는 4470원을 제시했다. 최초 1070원 요구안에서 무려 77% 급격히 하향된 수치이다. 사용자위원은 15원, 5원, 10원, 5원 식으로 인상안을 조정했다. 최종 제시한 인상안은 4223원이다. 저잣거리 흥정만도 못한 협상이 해마다 거듭되고 있다.

그제야 공익위원들이 나섰다. 4470원과 4223원의 중간치인 4320원을 공익위원 안으로 제시했다. 사용자위원들은 공익위원 안에 반발해 퇴장했고, 노동자위원은 표결에 참석하여 이 안을 받아들였다. 노동자위원 최초 요구안의 절반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최근 5년간 노동자위원은 26% 이상의 요구안을 내세웠고, 사용자위원은 동결 내지는 삭감 입장이었다. 2011년 최저임금 결정 안은 노동계가 3년 전 요구안인 448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 노동자위원들의 대부분은 2009년부터 협상에 참여했다. 해마다 노동계 요구안의 절반의 절반 수준에서, 거의 경영계의 입장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되었고, 노동자위원들은 경영계의 '들러리'에 자의든 타의든 동조한 셈이다. 지난해에 최저임금 최종표결에 분노에 찬 얼굴로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경영계는 최저임금 결정에 '웃음'을 지었을 게 분명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킨 노동계는 '자위'의 명분 찾기에 분주했다.

이쯤 되면 노동자위원의 협상능력의 밑천이 이미 드러난 셈이다. 노동조합 같았으면 교섭위원 자리를 내놓아야 마땅하고, 기업에서 견적을 낸 영업담당 위원이라면 쫓겨나거나 징계감이다. '최선'이라는 머리띠와 피로한 얼굴로는 최저임금 산정결과의 책임을 회피할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밑천이 드러난 노동자위원의 책임감

최저임금 7차 회의에 이르러서 30원 인상안을 낸 경영계를 질타할 것이 아니라 아직도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5410원을 걸어놓고서도 90원 인하 수정안을 제출한 노동자위원들의 자기반성이 있어야 할 때이다.

이번에도 노동자위원 스스로 5410원 인상 폭의 절반의 절반 수준으로 수정안을 제출한다면 200만 명이 넘는 최저임금 노동자를 모독하는 행위이고, 최저임금 현실화를 간절히 바라는 국민에 대한 기만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5410원'은 그야말로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임이 분명하다. 250만 노동자 생계의 최소한 숨통을 틔워 줄까에 대해 의심스러운 금액이다. 한 달 일을 해야 113만690원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밝힌 2010년 미혼 단신근로자 전 연령층의 5, 6분위 생계비인 116만6851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최저임금을 '국민임투'라고 노동계는 선언했다. 이제 '5410원'의 요구안을 하향하려면 노동계는 최소한 국민과 협의해야 한다. 합의는 못 할지라도 사전에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최종안에 찬성을 했든 반대를 했든,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든 투표에 참여하든 그 책임을 피할 갈 수 없다. 스스로 내셔널센터임을 자부하고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으로 있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짊어질 숙명이다.

협상이 아니라 드러난 통계로 결정해야

해마다 '6월 말까지만' 반복되는 사용자위원과 노동자위원과의 갈등. 사회적 손실이다. 사회갈등의 골을 깊게 하는 현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한 최저임금 결정제도가 가진 사회악이다. 최저임금은 10원 20원을 다투는 협상의 산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최저임금법과 시행령을 통해 어떤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정해야 하는지가 나와 있다. 이 법의 목적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최저임금법 1장 1조)"이다.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위한 최저의 기준이 뭔 지만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통계로 결정할 일이지, 10원, 20원 서로 밀고 당길 필요가 없다. 최저임금법 4조에서 선정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최저 임금법 4조)" 해마다 통계청은 최저생계비를 산출하고 있다. 근로자의 임금 수준도 데이터로 나와 있다.

법대로 한다면 이 당연하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문제를 사용자, 노동자가 몇 푼짜리 협상을 해야 하는지, 협상에 만족하지 못해 자리를 박차고 나와야 하는지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용자는 물론이고 노동자위원들도 저잣거리 물건 흥정하듯이 십 원짜리에서 백 원짜리까지 액수 장난에 덩달아 춤추고 있는지 심히 어리석음만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 인간다움 삶을 가장 앞장서서 지켜야 할 정부는 뒷짐이다. 정부는 책임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노사 간의 갈등의 문제로 정부는 헌법에서 지정한 정부의 당연한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한계는 노동자위원들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결정구조의 문제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이도 노동자위원이다. 이제 최저임금위원회 참여를 거부하고 나서서라도 최저임금제도가 그야말로 최저임금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제도로 고쳐야 한다. 하지만 노동자위원들은 이 제도와 운영의 허구성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죽이고 있다. 구호로만 경영계를 규탄하고 있을 뿐이다. 철저히 정부와 경영계의 들러리로 만족하고 있다. 구호로만 경영계를 규탄하고 있을 뿐이다.

교수 공익위원, 초등학교 3학년 수준도 안 되나

'교수'의 직책으로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석하는 공익위원들은 위원 앞에 붙은 '공익'이라는 단어를 지워야 마땅하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최대한으로 '양보'한 안이 나오면 중간 수치를 내세워 표결로 이끈다. 이 정도의 역할이라면 굳이 '교수님'이 나설 필요도 없다. 나눗셈을 할 줄 아는 초등학교 3학년도 할 수 있는 역할이다.

공익위원들은 미리 적정한 최저임금을 산정해 사업주와 노동자에게 제시하는 게 맞다. 두세 달 동안 서로 합의하라는 외침만 되풀이하며 뒷짐 지고 있으라고 위촉한 자리가 아니다. 공익위원으로 양심, 교수의 양심의 액수를 누구보다도 먼저 제시해야 한다. 공익위원의 의견을 통일할 필요도 없이 각자 학자의 양심을 가지고 최저임금을 제시하면 그만이다. 거간꾼 노릇이 공익위원의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없으면 초등학생에게 자리를 내놓으면 된다.

현 최저임금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려면 최소한 전체 회의 내용이라도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저 사람은 사용자위원의 자격이 있는지, 노동자위원의 자격이 있는지, 공익위원의 자격이 있는지가 알 것 아닌가. 국회도 상임위원회를 비롯해 모든 회의를 공개하는데, 250만 국민의 생계를 책임지는 최저임금위원회는 무슨 특권을 지녔기에 '결과' 이외에는 공개하지 않는 것인가, 심각한 문제 제기가 따라야 한다.

노동자위원이 앞서서 회의의 공개를 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선'을 다했는데 절반의 절반을 얻었다며 '회피'하지 말고, 노동자위원이 앞장서서 자신의 목소리와 함께 다른 위원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그대로 밝혀야 한다. 진정 '야합'이나 '굴복'이 아니었다면 왜 전체회의내용을 공개하지 못하는가?

회의내용 전체 공개해야 바뀐다

경영계의 동결이나 30원 인상은 당연하다. 그들에게 양심을 묻고 도덕을 따질 필요가 없다. 자본에 언제는 양심과 도덕이 있었는가? 노동자의 힘에 밀려 후퇴한 적은 있어도 자본은 한 번도 양심적이지 않았다. 경영계의 입장 변화에 기대할 시간에 노동계의 목소리가 더욱 절실하게 힘으로 보여줘야 할 때이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번 최저임금 싸움에 임하면서 말했다. 최저임금 문제에 대기업노동자들이 나서지 않으면 귀족노조가 맞다고. 그 말에 대한 조직화와 실천의 시간이 코앞에 다가왔다. '뻥 파업'이야 정부 상대였으니 차치하고, '최저임금 5410원'은 그야말로 노동자의 절반 수준의 절반의 삶을 살아가야하는 저임금 노동자와 약속이기에 결코 '뻥'이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국회의원이나 정치꾼처럼 자리에 연연하는 노동자위원이 아니라면 더 이상 서너 푼 협상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5410원은 노동계가 밝혔듯, 최소한의 요구일 뿐이다. 더 이상 차선의 금액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 없으면 제도와 운영의 허구에 맞서 싸우는 게 최저임금노동자를 위한 일일 것이다. 협상을 주도할 자신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물러나는 게 현명한 일이자 책임 있는 행동이다. 그래야 내년에는 올해와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진실한 마음이 세상이 바꾼다. 약속하지 못할 약속으로 야바위판과 같은 최저임금을 만들지 말자. 진실한 요구와 바람을 가지고 앞으로 남은 사나흘 최선을 다하기를 노동자위원들에게 기대한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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