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기존 KBS 노동조합이 수신료 인상 추진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KBS 노조가 주최한 수신료 인상 촉구 집회에 사측이 참여 독려 문자를 보내는 등 사실상 '관제 집회'로 치러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KBS 노동조합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정치독립 합의파기 민주당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이 "'지배구조 개선과 수신료 현실화'라는 합의 표결처리를, 역사적 여야 합의를 파기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KBS 노동조합은 민주당 당사에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와 언론 시민단체로 구성된 미디어행동은 이날 집회가 사실상 사측의 동원으로 열린, 관제 집회였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행동은 27일 "KBS는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는 집회에 직원들을 동원했다"며 "집회 동원이 되기까지 KBS의 물심양면 지원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행동은 "기자회견 하루 전날인 23일 국제방송팀장, 컨텐츠운영팀 명의로 '수신료 인상 합의를 파기한 민주당 항의방문 내일 아침(6.24) 9시 본관 앞 버스출발 단합된 힘으로 수신료 인상 이룹시다!'라는 내용의 문자가 직원들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복수의 KBS 관계자에 따르면 23일 KBS노조는 "오전 9시 본관 계단에서 집결 후 버스로 이동 여야합의 파기 민주당 규탄"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조합원들에게 발송했으며 사측 또한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미디어행동이 밝힌 것과 같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가 국제방송팀장 명의로 전달된 것. 이에 일부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엄경철, 이하 새노조) 조합원들도 회사 차원의 행사인 줄 알고 이 집회에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백승엽 국제방송팀장은 "KBS노조 집회인지 모르고, 회사 차원의 집회인 줄 알았다"며 "중요한 문제라 판단해서 직원들의 참석을 독려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사측으로부터 관련 집회 소식을 듣고 참석자들을 모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사측이 이번 집회를 주도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KBS 홍보팀장도 "(나는) KBS노조 소속이라 노조 차원의 공지만 받았다"고 언급했다.
새노조 최선욱 사무처장은 그러나 "조합원 서너 명이 부서에서 연락을 받아 회사 차원 행사인 줄 알고 집회에 갔다"며 "새노조에서 관련 내용을 인지한 다음 개별 연락해 바로 회사로 복귀시켰다. KBS노조 행사인 줄 알았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사측이 이번 집회를 주도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미디어행동은 "관제방송을 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이제는 직원들을 관제 집회에 동원하기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또 미디어행동은 "KBS 총무국은 KBS노조의 요청을 받아 출퇴근용 통근버스 용역계약을 맺고 있는 용화관광에 의뢰해 민주당사까지 버스 운행을 지원했다"며 사측이 집회를 물밑 지원한 다른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BS노조 관계자는 "버스대절계약을 KBS노조가 직접 했고, 집회 역시 KBS노조가 주도한 것"이라며 "사측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총무국 관계자 역시 "버스 대절 계약에 사측은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지난 22일 여야 수석원내부대표간 합의를 통해 오는 28일 KBS 수신료 인상안을 표결처리하기로 했다가, 당내외의 반대에 부딪혀 다음날 "선결조건이 갖춰지지 않는 한 수신료 인상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선결조건이란 KBS의 정치적 중립성과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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