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KBS) 수신료 인상 승인안을 놓고 24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감정싸움 끝에 제대로 열리지조차 못하고 끝났다. 문방위원들은 예정대로 김인규 KBS 사장을 출석시켜놓고도 단 하나의 질문도 하지 못했다.
문방위가 파행을 빚은 이유는 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21일 한나라당과 '24일 추가심의, 28일 오후 수신료 인상안 표결 처리' 방안에 합의했으나, 다음날 곧바로 이를 파기했기 때문이다. 양당은 오전 10시 문방위가 열리자마자 '네 탓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 간사인 한선교 의원은 "몸싸움 등 우려 때문에 김진표 원내대표가 내린 결정을 (민주당이) 뒤집은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28일까지 가야 하느냐"고 따졌다.
한 의원은 또 "더 이상 이 문제를 갖고 정치공세화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어느 인터넷 언론의 칼럼이 여러분(민주당)을 아프게 한 것 아닌가"라고 비꼬았다. 한 의원은 <미디어오늘>의 "한나라당 2중대 자처한 한심한 민주당"이라는 기사를 거론했다.
같은 당 진성호 의원은 "여러 과정을 거쳐서 여야 원내대표가 (28일 표결처리 안에) 합의한 것"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그날 못하도록 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허원제 의원은 "원내대표 간 합의 사항을 헌법에 없는 정당의 최고기구에서 뒤집었다"며 "여야를 떠나서 국회의 존엄성 살릴 수 있는 방향을 우리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고 민주당 문방위원들을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공세에 민주당 의원들도 발끈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KBS 수신료 인상안과 미디어렙 관련 안은 여야 간사 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처리한다는 게 21일 합의내용"이었다며 "그런데 바로 다음 날 한나라당이 바로 그날(22일) 안건을 상정해서 처리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나라당에 책임을 돌렸다.
전병헌 의원은 "최소 여야 간사 간 협의과정을 거치도록 돼 있는 KBS 수신료 인상안을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전체상임위 의안으로 올렸다"며 "지난 번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합의는 독수독과"라고 말했다.
최종원 의원은 "KBS가 이 많은 돈을 걷어서 어떻게 쓸 건지 물어보고, 공영방송으로서 공정상을 반영한 방송을 만드는가를 따져보고 나서 (수신료 인상안을) 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우리도 잘못한 것 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건 (한나라당의) 날치기"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여야가 서로 상대방 흠집내기에 치중함에 따라, 당초 예정된 김 사장에 대한 질의는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점심 시간이 다 된 오전 11시 45분이 돼서야 업무보고를 한 김 사장은 오전 내내 여야 의원들의 싸움을 구경하다, 약 5분에 걸쳐 KBS 수신료 인상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향후 문방위 일정은 여야 협의를 거쳐 다시 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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