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단체는 '세계무역기구협정의 이행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피해가 예상되는 국내 관련 단체에 대해 정부가 사전 설명을 하고, 관련 협정을 수정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적시했으나 정부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통상절차 관련 법 무시"
이와 관련, 특별법 3조 2항은 "정부는 협상의 결과가 협정의 기본원칙에 어긋나거나 협정 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특정 품목의 국내 피해가 클 경우 협정 절차에 따라 이를 수정하기 위한 협상을 추진하여야 한다"고 적시했다.
또 자유무역협정체결절차규정(대통령훈령 121호)은 통상교섭본부장이 "관련 이해당사자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협상의 중요 진행 상황을 수시로 설명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도록 노력(21조 2항)"해야 하며 "자유무역협정의 발효에 앞서 관련 이해 당사자들에게 협정 시행의 중요사항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여 관련 이해 당사자들이 협정 발효에 적절히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26조)"고 강조했다.
두 단체는 "1996년 유통시장 개방 이후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국내에 본격 진출하면서 소매업체의 매출 감소와 폐업이 급속히 진행됐다"며 "그러나 외교부는 WTO를 상대로 유통업 관련 협정을 수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FTA 추진과 관련해서도 이해당사자인 중소상인에게 제대로 된 설명회를 연 적이 없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종사자 4명 이하의 영세소매업체와 20명 이상인 대형업체 간 사업체당 매출액 차이는 1997년 19.5배에서 2006년에는 113.8배로 크게 벌어졌다.
이날 청구자료를 전달한 남희섭 변리사는 "이미 90년대 말부터 국내 중소상인의 피해가 본격화돼, 수백만 명이 피해를 보고 있었으나 정부는 그 기간 유통상인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거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국내 유통시장 개방 폭을 더 늘리기만 했다"며 "심지어 대통령훈령도 위반할 정도로 통상교섭본부가 제 역할에 태만해, 감사원이 그에 상응하는 징계절차를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오후 참여연대 강진영 간사, 남희섭 변리사가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외교통상부를 대상으로 '직무태만과 법령위반'을 근거로 감사청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국회와 약속도 어겨"
한편 두 단체는 정부가 여야정 합의사항마저 어기고 중소상인 피해를 줄이려는 국회의 입법활동 무력화를 위해 로비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2일 여야정은 "한·EU FTA 비준 이후 SSM 관련법을 실효성 있게 운영한다"는 내용 등 총 3개 조항에 합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SSM 관련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한·EU FTA 협정문 일부 조항을 잠정적용에서 제외하려는 특별법을 조경태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하려 하자,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했다고 남 변리사는 지적했다. 정부가 여야정 합의에 나서놓고 반대하는 건 잘못됐다는 얘기다.
남 변리사는 국회 로비 당시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이 배포한 문서자료를 근거로 "정부관계자들이 '한국이 7월 11일 예정된 잠정발효에서 일부 조항의 적용을 제외하려면 EU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EU가 이의를 제기하면 잠정적용에서 제외될 수 없다'고 국회에 거짓말을 하고 다녔다"며 "이미 EU는 17개 조항을 잠정발효 대상에서 제외하고, 정식발효 때로 효력 발생 시기를 늦춘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기환 외통부 다자통상국장은 "국회(지경위)에서 정부 입장을 듣고자하는 요청이 왔었고, 이는 법안소위에서도 정해진 절차"였다며 "정부 입장을 전달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 지식경제위는 지난 3월 조경태 의원 등 16명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안'과 작년 12월 28일 김정권 의원 등 10명의 발의안, 지난 2월 21일 윤상현 의원 등 11명의 발의안 등 총 3개의 발의안을 통합해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전통상업보존구역 범위를 1킬로미터 이내로 확대하고, 대규모점포 등록요건과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등의 유효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한·EU FTA 체결로 인한 중소유통상인 피해를 줄이고자 국회에서 그간 논의되던 대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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