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중앙약사심의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사후응급피임약을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약품 재분류 방안을 둘러싸고 의사와 약사 간 공방도 치열하다.
경실련은 20일 성명을 내고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고 규제하는 정책은 근본적으로 낙태를 줄이지 못한다"며 "낙태 예방의 실천적 방안으로 사후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현재 사후응급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살 수 있다. 그러나 최대 72시간 이내 복용해야 하고 12시간 이내 가능한 한 빨리 복용할수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접근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경실련은 "100% 완벽한 피임방법은 없고 불가피하게 원치 않는 임신이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행법상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공임신중절이 허용되지 않아 불법적인 시술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공임신중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후응급피임약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또한 "사후응급피임약은 의사의 진단보다는 소비자의 판단으로 복용의 필요성을 여부를 결정하는 특성이 있으며, 부작용은 경미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1999년에 'Plan B'라는 사후피임약을 승인했고, 2005년 미국의 산부인과학회와 소아과학회는 안전성과 효과성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약국판매를 지지한 선례가 있다.
미국 외에도 영국, 프랑스, 캐나다, 벨기에, 핀란드, 스페인, 스웨덴, 호주, 중국, 뉴질랜드 등에서는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사후응급피임약을 활용할 수 있도록 약국에서 팔도록 허용했다.
'의약품 재분류' 둘러싼 의사-약사 공방 치열
이와 관련 오는 21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의약품 재분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약국 외에서도 판매할 수 있는 '약국 외 의약품'을 추가하는 방안과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 간 재분류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야만 하는 '전문의약품'과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보건복지부는 까스명수 등 소화제, 마데카솔 등 연고, 박카스 등 드링크류, 파스 등 일반 약 44개 제품을 '약국 외 의약품'으로 새로 분류해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의약품 재분류 안을 둘러싸고 의사와 약사 간 공방도 치열하다. 대학약사회는 "약국에서만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을 '약국 외 의약품'으로 돌린다면, 전문의약품 일부도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게 해야 국민의 불편이 줄어든다"고 맞서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사후응급피임약, 위궤양치료제, 비만치료제 등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20개 성분·479 품목의 전문약을 일반 약으로 전환할 것을 복지부에 요구했다"고 20일 밝혔다. 반면 의료계는 '일반 약 슈퍼 판매'에는 찬성하지만, 전문의약품이 일반의약품으로 바뀌면 의사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해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전반적인 의약품 재분류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약사회는 일반 약 약국 외 판매를 반대하면서도, 전문약의 일반 약 전환을 약국 외 판매의 선행조건으로 내거는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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