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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굉음 울리는 학생들 "총장님, 대화 좀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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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굉음 울리는 학생들 "총장님, 대화 좀 합시다"

서울대 재학생·인디밴드, 행정관 앞서 축제형 시위 '본부스탁' 개최

학교 측과 학생 간의 소통은 이어지지 않았지만, 학생들 사이의 자발적 소통이 음악 축제형 시위로 이어졌다.

서울대 법인설립준비위원회 구성 절차에 민주성이 결여됐다는 이유로 행정관을 19일간 점거했던 학생들이 17일 오후 5시부터 예정대로 록 페스티벌 시위 '본부스탁'을 열었다. 본부스탁은 18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17일 오후 서울대 행정관 앞 잔디마당에서 대학 법인화 절차의 문제를 지적하는 학생들이 주최한 록 페스티벌 '본부스탁'이 열렸다. ⓒ프레시안(최형락)

학생과 음악인, 기타 둘러메고 '대화' 요구

이번 페스티벌에는 <총장실 프리덤>을 제작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던 에스엔유브이(SNUV)가 '점거 장기화와 얼굴들'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하는 등 서울대 음악동아리 9개 팀이 무대에 올랐다. 또 학생들의 법인화 반대 움직임을 지지하는 인디음악인 15팀, 디제이(DJ) 3팀이 참여했다.

보통의 시위와 달리 축제 형태로 행정관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이번 음악 축제는 한 재학생의 아이디어로 준비됐고, 온라인에서의 토론을 통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처음 록 페스티벌 형태의 시위를 열자고 제안한 종교학과 강산 씨(06학번)는 "학생회의 법인화 반대 움직임에는 동의하면서도 투쟁 형식에 거리감을 느끼는 학우들을 모으기 위해 보다 유쾌한 방식의 시위를 제안한 것"이라며 "트위터를 통해 취지에 공감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진행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후 곧바로 '본부스탁을 추진하는 날라리 내부 세력'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성 모임이 결성돼 페스티벌 준비가 시작됐다.

학생들에 따르면 브로콜리 너마저의 리더 윤덕원 씨 등 서울대 출신 음악인들이 재학생들의 요청을 수락하면서 페스티벌 라인업(출연진)이 꾸려지기 시작했고, 특히 홍대 인근 칼국수집 두리반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음악인들이 이번 행사에도 대거 참여했다.

출연진 중 브로콜리 너마저, 술탄 오브 더 디스코, 3호선 버터플라이, 눈뜨고 코베인 등은 멤버 전원, 혹은 일부가 서울대 졸업생들이다. 밤섬해적단, 하헌진, 회기동 단편선 등은 두리반 투쟁을 주도한 음악인들이다.

강산 씨는 "학생회 등 주도 단체가 없어 음악인들에게 아직 개런티를 지급하지도 않았다"며 "취지에 공감하는 졸업생과 재학생 등이 보내준 후원비와 행사장의 물품 판매 대금을 걷어 모든 출연진들에게 참가비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서 자발적 제안 이뤄져

공연 당일 잔디마당에는 행사를 추진한 이들 외에도 다양한 성격의 재학생·졸업생 모임이 꾸려져 작은 동문회를 연상케 했다. 이들의 모임은 하나 같이 온라인에서 꾸려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위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졸업생들로 구성된 'SNU 날라리 선배 모임'은 500밀리리터(㎖)들이 생수 1500통을 마련해 학생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던 졸업생 중 하나가 페이스북에 관련 모임을 만들면서 모인 이 모임에는 현재 400여 명의 졸업생들이 참여한 상태다.

현장에서 후배들의 축제형 시위를 지켜보던 대학원생 양진혁(가명, 37) 씨는 "가장 나이 많은 선배 중에는 74학번도 있다"며 "재학생들이 짊어진 부담을 선배들도 나눠지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휴가를 내고 현장에 참여했다는 직장인 김진수(가명, 42) 씨는 "콘서트 형태로 시위를 이어가는 모습이 보기 괜찮다"며 "요즘은 인상을 쓴다고 먹히는 시대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학생들의 대화 요구를 무시하는 학교 측의 비상식적인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법인화 찬반 여부를 떠나, 과정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학생회와 공연준비 측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학생들은 '일반원자'라는 이름으로 페스티벌을 도왔다. 학내 게시판 '스누라이프'에서 "학생회 등에 속하지 못한 일반화된 원자들은 어떻게 하느냐"는 한 재학생의 지적으로 만들어진 이들은 행정관 점거 이틀째인 지난달 31일부터 학생회와 함께 점거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서 학교 측을 비판하는 내용의 티셔츠와 먹거리를 판매하던 일반원자의 이진호(가명, 27) 씨는 "그 동안 학내 정치가 완전히 끊어졌었는데, 이번 점거 사태를 계기로 되살아나 후배들이 대견하다"며 "소속감 없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큰 행사를 열어 뿌듯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학교는 '불통'

그러나 활기에 찬 학생들과 달리 학교 측은 여전히 의사 소통을 거부했다. 학교 측은 이번 페스티벌이 "캠퍼스 이용규정에 어긋난다"며 행사 금지를 일찌감치 통보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행사를 강행하자, 학교 측은 16일 오후 6시부터 이날 새벽 1시 사이에 행사장으로 들어오는 길목을 버스를 동원해 막았다. 학생들은 직접 트럭을 들어 옮기는 등 반발에 나섰고, 이 과정을 영상물로 담아 온라인에 퍼뜨리기도 했다. 현재도 버스는 행사장 진입로를 막은 상황이라 걸어서만 출입이 가능하다. 학생들은 이 버스를 지난 2008년 촛불집회 당시 광화문 거리를 가로막은 '명박산성'에 빗대 '경륜산성'이라고 부르고 있다. 경륜산성이란 학생들이 법인화설립준비위원회에 학생 참여를 요구했을 때, 오연천 총장이 "경륜있는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한 걸 풍자한 조어다.

한 학생은 "공연을 위해 부른 외부 음향업체 직원이 차량을 끌고 들어왔다 나가지 못한다. 교직원과 대학원생들도 통보를 못 받아서 차를 빼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주차비가 크게 나올 텐데, 학교 측이 어떤 대안을 가진 것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행사를 기획한 한 학생은 "법인화를 반대한다는 것도 아니고, 법인화 추진 과정에서 훼손된 민주적 절차를 제대로 밟자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경륜이 없다'는 학교 측이 과연 우리를 학교의 구성원 중 하나로 보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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