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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난 손자 할머니 "등록금이 비싸서 어떻게 학교 다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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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난 손자 할머니 "등록금이 비싸서 어떻게 학교 다니나"

[현장]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 시민 지지 이어져

"여러분은 지금 미신고 불법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자진 해산해주시기 바랍니다."
"노래해! 노래해!"

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12일째 이어졌다. 경찰은 수차례에 걸쳐 광장에 모인 대학생들에게 경고 방송을 내보냈지만, 집회는 시종일관 축제 분위기였다.

이날 집회에는 KBS '남자의 자격'에 출연해 유명해진 조용훈 서울종합예술원 교수와 래퍼 김디지(본명 김원종) 교수가 노래 공연을 벌였다. 광장을 찾은 800여 명의 대학생과 시민은 흥겨운 음악 소리에 환호성을 질렀다.

조용훈 교수는 "노래를 가르친 지 7년이다. 아이들은 꿈을 가지고 대학에 들어왔는데 학비와 생활비가 걱정돼서 꿈을 깎아야만 한다"며 "대부분의 아이들이 꿈을 깎고 접는 게 안타까워서 나왔다"고 말했다.

김디지 교수 또한 "학생들에게 왜 연습을 안 해오느냐고 물었더니, 밤에는 PC방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주말에는 술집에서 아르바이트해서 연습할 시간이 없다고 대답했다"며 등록금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의 현실을 꼬집었다.

▲ 9일 저녁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촛불집회에 참가한 대학생과 시민들. ⓒ연합

어린 아이를 안은 부모, 연인, 고등학생들도 구경에 나섰다. 어린이집에 손자들을 데려가는 길에 들렀다는 석송자(70) 씨는 "아유, 잘한다. 잘하는 거 같아"라는 말을 연발했다. 석 씨는 7살 난 손자를 가리켜 "얘가 등록금이 비싸서 어떻게 학교에 다니느냐"며 "나도 자녀를 가르치느라 발뒤꿈치가 닳도록 장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대학생들이 아니라 너희 아빠가 (집회를) 했어야 했다"며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손자에게 읽어주기도 했다.

집회에 나선 대학생들을 지지하는 손길도 이어졌다. 사회를 맡은 송명숙 학술네트워크 대표는 "(반값 등록금 공약을 지키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는 왜 없느냐고 했더니 경북 청송에서 한 농민이 사과 상자를 보내줬다"며 학생들에게 'MB'라고 적힌 사과를 나눠주기도 했다. KBS 새 노조는 학생들에게 빵과 음료수를 전달했다.

발언에 나선 박자은 한대련 의장은 "시험기간인데도 학생들은 마음 편히 공부도 못하고 매일 밤 광화문으로 왔다"며 "100~200명으로 시작한 대학생 투쟁이 전 국민적 촛불을 앞둔 오늘, 이제는 각계 사회연대로 광장을 꽉 채웠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여당에 책임 있는 반값 등록금 입장을 밝히고 학생들의 요구에 대한 답을 달라고 했다"며 "그러자 한나라당에서 만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대학생이 촛불 들고 국민의 지지를 받으니 국민이 무서웠나 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여당과 정부가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집회가 끝난 뒤 학생들은 '대학생 모여라', '반값 등록금 실현하자', '6월 10일 모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청계광장을 한 바퀴 돌고 9시 30분경에 스스로 해산했다. 이날 경찰은 전·의경 2800여 명을 배치했으나 학생들과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한대련은 6·10 민주항쟁 24돌을 맞아 10일 청계광장에서 전국대학생학부모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정당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촛불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고려대·서강대·숙명여대·이화여대 등 서울지역 4개 대학도 이날 '동맹 휴업' 총투표가 통과될 경우 학업을 중단하고 촛불문화제에 참석할 예정이다.

동국대학교 역사교육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심지연 씨는 "(시험이 부담되긴 하지만) 모든 사람이 시험이라고 빠지면 권리를 찾아줄 사람이 없다"며 "나라도 나와서 힘을 보태야겠다"는 참가 이유를 밝혔다. 심 씨는 "대학생들은 학점 챙기기 급급했는데 오늘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해서 반가웠다"며 "10일에는 더 많은 사람이 모였으면 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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