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핵을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세이무어 허시는 미 주간지 <뉴요커> 최신호(6일자)에 쓴 '이란과 폭탄(Iran and the bomb)' 기사에서 전직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미군 및 정보 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IAEA 사무총장은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 제조시설을 만들고 (우라늄) 농축 물질을 사용하고 있다는 '쥐꼬리만한 증거(a shred of evidence)'도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이집트의 차기 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는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은 "이란이 명백하게 현존하는 위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본 것이라고는 이란이 가한 위협에 대한 과장된 선전"이라며 "핵심은 상호 신뢰의 부족이며 미국과 이란이 함께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서로 압박을 가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했다는 결론은 2007년 미 국가정보평가(NIEs) 보고서에서도 나와 있었다. 당시 NIE 보고서는 이란에 대해 "2003년 이후 핵폭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어떠한 결정적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라고 적시해 당시 부시 행정부가 이란의 핵 위협을 과장했음을 인정했다. <뉴요커>에 따르면, 올해 발간된 NIEs의 기밀 보고서 역시 2007년 보고서를 보강하는 내용이었다.
해당 보고서와 관련해 미국의 전직 고위 정보 관료는 "중요한 건 지난 4년 간 밀고와 침투, (방사선 감지) 센서 설치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폭탄으로 이끌만한 충분히 새로운 게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시 기자는 지난 6년간 미국 합동특수작전부대에 복무하며 이란 정보기관을 상대한 관계자의 말을 토대로 미국이 이란의 핵무기 시설로 의심되는 곳을 감시하기 위한 최첨단 감시 기법도 소개했다.
미국은 방사선 감지 센서를 부착한 교통신호등으로 바꿔치기하거나 의심되는 건물의 벽돌을 빼내 방사선 감지 장비를 내장한 벽돌도 교체하는 방법을 썼다. 지하에 무기고가 있다고 의심되는 지역에는 돌멩이로 위장한 감시 장비를 동원하기도 했다. 위성감시도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시는 전직 미군 정보장교로 국방정보국의 중동 분석가였던 W. 패트릭 랭의 말을 인용, 정보 분야의 분석가들이 이라크 전쟁 이후 '많은 헛소리(baloney)'들에 사인하기를 거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허시는 오바마 미 정부 관료들이 종종 이란의 의도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과장한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중동 보좌관 데니스 로스, 국무부의 로버트 아인혼 대북제재 조정관 등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명백하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미국의 대외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조 리버만 상원의원(무소속)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2008년 대선 후보 시절 이란의 핵 무기고에 대해 경고하며 때때로 핵무기를 갖기로 결정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찾은 것처럼 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미 상원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재개할 것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칼 레빈 국방위원장이 발언의 신뢰성을 묻는 질문에도 클래퍼 국장은 "높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허시는 또 "IAEA 조사관들이 이란의 비협조에 좌절하고 우라늄 생산량의 증가를 상기시켰지만 농축된 우라늄이 금지된 무기 제조에 쓰였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실체적으로 드러난 사실과는 별개로 이란 체제에 대한 '일반적 불안(general anxiety)'이 굳게 뿌리박혀 있다고 지적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이란인들에게 체제 전환을 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주라"는 토마스 피커링 전 미 유엔 대사의 말을 옮기기도 했다.
이같은 허시의 보도는 곧바로 반발에 부딪혔다. IAEA는 기사가 나간 직후인 지난달 31일 9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내고 이란의 우라늄 농축에 군사적 측면이 있을 수 있는 새로운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익명의 취재원을 활용해 허시의 기사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 정보기관의 고위 관계자는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허시의 기사에 대해 "편파적인 독후감(slanted book report)"이라고 깍아내렸다.
하지만 허시는 지난 3일 인터넷 방송 <디모크라시 나우>에 출연해 이를 재반박했다. 그는 IAEA의 보고서에 대해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정보에 대한 '우려'를 되풀이할 뿐"이라며 "그들은 그것을 증거라고 설명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