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수는 또 "현재의 산은 민영화 자체가 문제"라며 산은의 독자생존을 전제로 "정책금융기능을 한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토론회 정경. 이날 토론회는 박덕배 연구위원이 발제를 맡고 임혁 우리은행 노조위원장, 김주영 변호사, 이동걸 교수,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 김준환 유한대학 교수, 강태욱 산업은행 노조위원장(발표 순)이 토론에 참석했다. 사회는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금융경제연구소 소장)가 맡았다. ⓒ금융산업노조 제공 |
"강만수가 국내 금융 최대 위험요인"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초대형은행, 국민에게 득인가 실인가?'라는 토론회에 참석한 이 교수는 정부가 추진 중인 메가뱅크 방안에 대해 "우리나라 금융산업에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야기할 것"이라며 "'규모=경쟁력'이라는 70년대 토건경제 사고방식으로 인해 '바다로 나가기에는 너무 어리고 유치한 어항 속 고래'를 만들 위험이 높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그 근거로, 산은금융과 우리금융을 합칠 경우 예금 비율이 지나치게 낮은 반면 대출비율은 지나치게 높은 기형적인 구조가 돼, 필연적으로 금융시스템에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합산 예수부채(예금) 규모는 173조3491억 원으로, 전체 조달자금 중 51.5%의 비중을 차지한다. 보통 상업은행은 이 비율이 70%대에 이른다.
반면 합계 대출채권(대출) 규모는 229조562억 원에 불과하다. 즉, 173조 원의 예금을 갖고 229조 원을 대출하는 비정상적인 예대 시스템이 마련된다. 예금보다 대출금이 지나치게 더 높을 경우, 은행 경영이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통합은행의 위험을 줄이려면 대출을 축소할 수밖에 없고, 이는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대출 규모를 유지하려면 무리한 시장차입에 의존하게 되고, 그만큼 경영이 악화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나아가 이번 메가뱅크론의 핵심 지휘자인 강만수 산은금융회장을 간접적으로 지칭하며 "현 정부 정책의 특징은 '위인설관(爲人設官), 위인설업(爲人設業), 위인설법(爲人設法)', 즉 특정인을 위해 자리를 만들고, 일을 만들고, 법을 바꾼다는 것"이라며 "문제는 그 특정인(강 회장)이 국내 경제 및 금융산업의 최대 위험요인이라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 역시 "97년 환란에 책임이 있는 모피아들이 이번 논란을 일으켰는데, 정작 필요한 건 그 사람들을 사회에서 정리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그토록 자랑하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의 의제가 '대형 금융기관 규제'인 걸 정부가 모르는 것 같다"고 힐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정부의 인위적인 메가뱅크로 인한 은행산업 독과점보다, 일정 정도의 경쟁체제에서 메가뱅크가 자생적으로 탄생하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은 장관 취임 당시부터 은행간 합병을 통한 대형화 논리의 첨병에 선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뉴시스 |
이 교수는 이 같은 인사로 인해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산은 민영화 문제가 왜곡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산은이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나는 처음부터 산은 민영화 자체에 반대했다"고 전제하며 "필요한 정책기능을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매각하는 방향으로 산은을 축소 개편하면 간단히 민영화가 해결된다"고 지적했다.
즉 정책금융공사와 산은에 나뉜 정책금융, IB 등의 옛 산은 특화 업무를 정책금융공사에 집중시키고, 나머지 자산을 분할매각하는 게 맞는 방법이라는 얘기다. 이는 산은 민영화 자체가 잘못됐다는 전제에서 나온 대책이다.
이 교수는 그러나 "이 정부는 '없던 일 만들어 하기, 쉬운 일 어렵게 하기'와 같은 특기를 갖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종합금융그룹을 정부가 만든 후 민영화하겠다'는 논리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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