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와 산은금융지주 간 합병안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번 합병 논의를 정치적 계산으로 규정하며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이 두 회사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낼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연구원 20주년을 기념해 24일 서울YWCA 대강당에서 열린 '국내 금융산업 재편과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방안' 토론회에서 김 교수는 "대형 금융회사 간 인수합병(M&A)은 사후 성공률이 50%도 안 될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라,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이 성공의 핵심요소"라며 "1년 반 후 정권이 바뀌면 바로 교체될 강 회장이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노골화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이른바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가 다음 정권에도 이어질 게 뻔해, 현재 정부가 지분 전량을 가진 산은금융 회장도 바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강 회장은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낙하산 인사 문제에서도 가장 논란이 되는 분이 바로 강 회장"이라며 "이 정부의 창업자로서 강 회장이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 산은금융과 우리금융 인수 문제로 정권의 미래 불확실성을 키우지 말고 당장 사표를 쓰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또 "산은금융의 인수를 위해 정부가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까지 바꾸는 특혜를 준비 중인데, 과연 개정을 책임지고 해 나갈 관료가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이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져) 이미 우리나라 금융관료들이 복지부동 모드로 들어갔다. 누가 다음 정권 청문회에 서려 하겠느냐"고 강조했다.
이번 인수 논란이 경제성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일어났다는 지적인 셈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둘 다 어차피 정부 소유 금융사니 차라리 덩치가 큰 우리금융이 산은금융을 인수토록 하는 건 어떠냐"며 "(이처럼 산은금융 주도 M&A가 비중있게 다뤄지는 데서) 이번 합병안이 '폴리티컬한 게임'임을 알 수 있다. 경제적 게임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범 진보진영으로 분류되는 두 교수는 이른바 '메가뱅크' 논란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민영화 은행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은행 덩치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해, 메가뱅크 논란에 불을 댕긴 바 있다.
김 교수는 "국제화를 하자는데 왜 국내은행끼리 합병해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기는 대형은행을 만들어야 하느냐"며 "작지만 가치 있는 외국의 회사를 인수하는 게 보다 적절한 국제화 방식 아니냐"고 지적했다.
전 교수도 "국제화, 대형화하고 싶으면 나가서 사면 된다"며 "지금은 국제화를 하고 싶어서 국내은행을 사야한다는 논의가 나오는데, '동쪽으로 가고 싶으니 서쪽으로 가겠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다른 토론회 참석자들은 산은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산은금융과 우리금융이 여태껏 안 팔리는 이유는 물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며 "두 기관을 합쳐서 손질을 하면 팔릴 것 같다고 하니, 교착상태를 파괴할 대안으로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범식 숭실대 교수도 "은행의 규모의 경제 필요성에 상당수가 공감한다면 지금이 (두 기관 합병의) 적기"라며 "산은금융과 우리금융의 결합은 현재 가능한 시나리오 중 가장 시너지가 큰 조합"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또 "지금의 포화된 오버뱅킹(국내 금융시장의 성장 한계)을 넘어서, 적어도 아시아 지역의 금융 플레이어를 키운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은행의 기반을 마련할 좋은 기회"라며 "JP모건 체이스의 성공사례에서 보듯 은행을 키우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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