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요란하던 '회전문 인사'의 실태가 숫자로 확인됐다. 국내 M&A 법률자문 실적 상위인 6개 로펌의 고문 및 전문위원은 모두 96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퇴임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채로 로펌에 취업한 전직 공직자다.
이들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이 19명(19.79%)으로 가장 많았으며,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 출신이 18명(18.75), 국세청 및 관세청 출신이 16명(16.67%), 금융공기업 출신이 8명(8.33%) 순이었다. 국방부, 건교부, 정보통신부 등 기타 정부부처 혹은 정부기관 공무원 출신은 25명이었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55.2%(53명)가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 및 감독을 담당하는 공정위, 금감원, 국세청 출신인 셈이다.
이런 내용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김앤장, 태평양, 세종, 광장, 율촌, 화우 등 6개 로펌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담겨 있다. 경실련은 18일 이런 결과를 내놓으며 "로펌 입사 직전까지 공직에 있었던 85명 중 84.7%인 72명은 퇴임 후 로펌 취업에 걸린 기간이 1년 미만이었으며 11.8%가 2~3년 사이에 로펌에 취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실련은 "대형 로펌들이 주로 대기업의 소송 대리와 자문을 맡고 있고 퇴직 공직자들이 공직 시절의 네트워크와 정보를 통해 과거 소속기관을 상대로 한 각종 소송 등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들이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사기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대형 로펌은 자본금 규모 등을 이유로 취업 제한 대상 업체로 규정하지 않아 공직자들의 취업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경실련은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 대상인) 영리사기업체의 규모를 축소하거나 대형 로펌이나 회계법인도 취업 제한 대상 업체에 포함시키고 퇴직 공직자들이 관련 업체에 취업할 때에는 반드시 해당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제한 업체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고문 및 전문위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모두 28명인 김앤장이었으며, 변호사 대비 전문인력 비율은 율촌이 13.9%(27명)로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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