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의 대립은 지난 수년 간 정부가 강조해온 메가뱅크 논의와 맞물리는 문제인데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된 강만수 회장이 관련된 사안이라, 결국 은행 민영화 방식을 둔 정부와 노동·시민단체 간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민영화냐, 국유화냐
16일 우리금융은 보도자료를 내 "산은금융지주의 우리금융 인수는 재정자금으로 공적자금을 상환하는 꼴"이라며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산은금융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최대주주인 우리금융이 이처럼 강도 높게 산은금융을 비판하고 나선 까닭은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이 우리금융을 합병해 산은금융을 민영화시키겠다는 입장을 언론에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산은금융 지분은 정책금융공사와 기획재정부가 전량을 보유하고 있고, 우리금융의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56.97%의 지분율을 가진 최대주주다.
지난 15일 산은금융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금융 인수를 통해 현재 100%인 정부 지분이 80~90%대로 하락하고, 상장(IPO) 과정에서 다시금 10~20%포인트가량이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또 합병에 따른 지분희석효과까지 합치면 정부 지분이 최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후 민영화가 이뤄질 경우 정부 지분을 크게 낮춰, 정부로부터 독립한 메가뱅크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산은금융의 이런 주장은 우리금융 측에는 거부감을 줄 수밖에 없다. 일단 산은금융에로의 흡수합병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옛 조흥은행의 경우처럼 대형기관에 흡수당하는 것은 조직원의 고용안전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자긍심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나아가 우리금융은 하나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외환은행 인수를 통한 민영화에 공을 들여왔다. 산은금융과의 합병은 당장에는 민영화가 아니라 대형 국책은행의 탄생일 뿐이라는 논리가 성립하는 부분이다.
실제 우리금융은 보도자료에서 산은금융 측 주장을 두고 "우리금융 인수 후 산은금융의 연결 자기자본은 현 22조6000억 원에서 39조5000억 원으로 증가한다"며 "우리금융 소수 지분에 따른 주가 희석 효과에 더해, 산은금융이 우선적으로 10%의 지분을 상장하는 경우를 감안해도 정부 보유 지분은 (합병 후) 65.7%(19조7000억 원)에 달한다"고 반박했다.
또 "인수 후 양도세를 부담하지 않는 적격 합병 요건을 갖추기 위해 최소 2년이 경과해야 하고, 산은금융이 우리금융 합병 후 정부 지분 하락 효과를 보려고 해도 최소 3년이 지나야 하며, 합병 후 산은금융의 정부 지분 19조7000억 원과 우리금융 합병으로 인한 자사주 9조5000억 원 등을 매각하는 데는 20년 이상 걸린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가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산은 중심 우리금융 합병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금융노조 제공 |
정부 vs 노조 싸움 번지나
특히 우리금융 측은 메가뱅크가 사실상 대형 국책은행으로 변질될 경우, 민간 경제에도 큰 악영향이 미치리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의 주장과 달리 양측의 합병은 정부가 강조하는 민영화된 대형은행의 탄생이 아니라, 사실상 정부가 민간경제를 실질적으로 콘트롤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생기는 꼴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우리금융은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간 합병은행은 국내 주채무계열 37개 가운데 23개를 맡아 국내 대기업시장의 70%를 점유하게 된다"며, 합병으로 인해 정부의 입김이 직접적으로 닿는 대기업 그룹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치금융의 거대화로 인해 '관치 생산경제'가 현실화되리라는 지적이다.
노조측 역시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의 메가뱅크 추진으로 인해 대량 실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마당인데다, 나아가 국민경제가 감내해야 할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전국금융산업노조 산하 '관치금융 철폐 및 메가뱅크 저지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은행 대형화의 1차적 피해 당사자는 하루아침에 대량해고에 직면하게 될 금융노동자이며, 2차적 피해는 국민경제 전체로 전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의 합병 시나리오는 정부가 거대 국유 금융지주회사를 지배하면서 경제전반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관치금융 야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사태"라며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의 합병은 민영화와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공투본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열리는 오는 17일 오전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는 등, 대정부 투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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