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우선적으로 연금 운용의 독립성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안은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복지국가를 향한 국민연금기금의 사회적 활용방안'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현재 국민연금의 지배구조상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이 문제부터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정부서 독립시켜야"
주은선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에서 사회적 협의의 역할이 절차상으로는 강조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관료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현재 국민연금 지배구조는 비상설조직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연금운용과 관련한 심의의결권을 갖고, 여기서 결정된 방향에 따라 기금운용본부가 기금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투자에 나선다.
과거 경제기획원 장관이 담당했던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은 복지부장관이 맡고,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은 전체 21명 중 12명이 가입자 대표로 구성된다. 또 기금운용 내역과 성과는 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하고, 공시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기금의 주인인 가입자 대표가 위원회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정부의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주 교수는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기금운용지침 작성과 연간 기금운용계획 수립에 더해, 기금운용위원회 운영까지 맡고 있다"며 "복지부가 제안하는 의제를 놓고 기금운용위원회가 논의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정부가 내려주는 안건을 두고 기금운용위원회는 사후 검토와 승인만 하는 구도인 셈이다.
주 교수는 또 "기금운용 관련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쥐고 있다"며 결국 구체적 정책 수립부터 실제 운용, 평가까지 모두 보건복지부 수중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기금운용본부 및 감사, 평가기관 등은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국민연금공단에 속해 있다. 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하고, 상임이사·이사·감사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면한다.
원종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도 최근 금융감독원 비리 사태를 예로 들며 "소위 운용전문가들이 결국 경제관련 인사나 금융권 인사로 선출될 수밖에 없다"며 "이들은 현재 국민연금의 사회복지적 정책과는 무관한 기금운용을 수행하려 할 것이므로, 지배구조상 오히려 (국민연금이) 현재의 재벌구조에 종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금운용위원회 독립성 강화가 핵심
이 때문에 국민연금을 보다 민주화하고, 정부로부터 실질적인 독립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토론자들은 말했다.
주 교수는 "기금운용위원회를 정부위원, 노사지역 가입자 대표, 공익대표가 모두 참여하도록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기금의 정책생산 과정에서도 복지부의 독점을 막고 "관료기구, 한국은행, 민간이 협의를 통해 의제를 결정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또 "기금운용 집행조직을 보건복지부의 통제 하에 있는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분리시켜, 통제권을 국가와 시민사회의 협치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금운용위원회의 민주적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안은 오히려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다.
정용건 사무금융연맹위원장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민간전문가로 독립성을 실현하기란 불가능하다"며 "권력의 분립과 균형을 통한 독립성 추구가 훨씬 더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정 위원장은 "정부가 차지한 6석과 국책연구기관 2석을 정부와 정당이 추천하는 전문가로 나눠 구성하는 방식이 합리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가 지난 2008년 발표한 개선안은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주 교수는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안은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하는 가운데, 내부에 투자정책과 성과평가보상, 감사, 위험관리, 주식의결권 등 전문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민간 금융전문가로 구성되고, 가입자 대표는 운용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위원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에만 참여하도록 했다. 또 자산운용을 위해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키로 했다.
주 교수는 그러나 "기금운용위원회 구성 변화는 기금공사 독립과 발맞춰 가입자 대표와 시민사회의 발언권을 차단한다"며 "공적 연금기금의 장기적 안정성 및 국민경제와의 조화가 간과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기금정책 결정이 금융시장과 네트워크를 가진 금융전문가 출신으로만 채워진다면 연금기금 운용에 이해관계를 가진 시장 행위자들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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