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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불안감 공존하는 힙합 거물들의 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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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불안감 공존하는 힙합 거물들의 상찬

[화제의 음반] 스눕 독 [도규멘터리], 위즈 칼리파 [롤링 페이퍼스]

힙합신의 거물 스눕 독(Snoop Dogg)이 열한 번째 앨범 [도규멘터리(Doggumentary)]를 갖고 돌아왔다. 힙합 팬들의 기대를 받아온 신진 래퍼 위즈 칼리파(Wiz Khalifa)도 비슷한 시기에 메이저 데뷔앨범을 발표했다.

둘의 앨범은 힙합의 황금시대가 지난 이후 메이저와 언더그라운드에서 동시에 수행되던 실험, 즉 일렉트로니카와 힙합의 결합을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시도했다는 점에서 동일점을 지닌다. 갱스터 래퍼 특유의 자기과시와 마리화나에 대한 찬양을 담았다는 점 역시 같다. 위즈 칼리파는 스눕 독의 신보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스눕 독 [도규멘터리]

▲스눕 독 [도규멘터리] ⓒ워너뮤직
90년대 서부 힙합(웨스트코스트) 신의 거물로 군림한 스눕 독은, 노골적으로 말해 걸작 데뷔앨범 [도기스타일(Doggystyle)]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그간 팬들이 확인한 점은 그에게는 닥터 드레(Dr. Dre)와 같은 뛰어난 프로듀서가 필요하다는 것뿐이었다.

절치부심하던 스눕 독이 소셜네트워크(SNS) 등을 이용해 팬들의 '이번에는 다르다'는 기대감을 키워준 [도규멘터리]는, 실망만을 남겨온 그에게 부활의 신호탄 역할을 해야 하는 중책을 맡은 앨범이다.

스눕 독 특유의 플로우(리듬감)가 여전히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눈이 휘둥그레지는 화려한 협력자들이다. 카니예 웨스트, 존 레전드, 고릴라즈, 윌리 넬슨, 티-페인, 알 켈리 등의 대형 스타들이 이 앨범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스눕 독은 이들과 함께 소울과 펑크(funk), 심지어 컨트리 음악에의 향수를 되살리려 하고 있다.

전형적인 스눕 독 방식의 래핑이 비교적 공격적인 비트 위에서 빛을 발하는 <더 웨이 라이프 유즈드 투 비(The Way Life Used To Be)>, 옛 소울의 향취를 물씬 풍기는 <원더 왓 잇 두(Wonder What It Do)>, 위즈 칼리파와의 합작물로 환상적인 펑키함이 빛을 발한 <디스 위드 이즈 마인(This Weed Is Mine)>, 과장된 베이스음과 적당한 속도감의 래핑, 절제된 코러스가 90년대 서부 힙합의 향수를 일으키는 <갱뱅 루키(Gangbang Rookie)> 등은 무려 21개의 트랙이 들어찬 앨범에서 긴장도를 유지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곡이다.

그러나 '여기에 담긴 스눕의 색깔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앨범이 쉽게 답하긴 어렵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토이즈 엔 다 후드(Toyz N Da Hood)>와 야주의 클래식 <시추에이션(Situation)>을 끌어다 쓴 <붐(Boom)>은 안일함으로 꽉 채워진 곡이다.

합작물의 성취도가 특히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알 켈리와의 합작품 <플래티넘(Platinum)>, 고릴라즈가 비트를 제공한 <섬싱 라이크 디스 나이트(Sumthin Like This Night)>, 카니예 웨스트와의 공동작업물 <아이즈 클로즈드(Eyez Closed)>는 스눕의 곡이 아니라 알 켈리, 고릴라즈, 카니예 웨스트의 곡일 뿐이다.

[도규멘터리]는 팬들의 우려와는 달리 매력적인 트랙이 적잖이 포진한 괜찮은 앨범이다. 문제는 이 앨범의 주인공이 데뷔 20년을 바라보는 노장으로, 힙합 신에서는 거물 중의 거물 스눕 독이라는 점이다. 그의 이름값을 고려하면, 이 앨범의 제작에는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위즈 칼리파 [롤링 페이퍼스]

▲위즈 칼리파 [롤링 페이퍼스] ⓒ워너뮤직
지난해부터 화제를 불러 모은 신예 래퍼 위즈 칼리파의 데뷔앨범 [롤링 페이퍼스(Rolling Papers)]가 발매됐다. 앨범명은 마리화나 잎을 말 때 사용하는 종이에서 따왔다.

위즈 칼리파는 하인스 워드의 소속팀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미국 미식축구팀 피츠버그 스틸러스에 대한 찬가 <블랙 앤드 옐로우(Black & Yellow)>로 신인 래퍼로서는 드물게 빌보드 싱글차트 1위 자리까지 거머쥐었다.

반복적 후렴구가 최면적인 매력을 지닌 이 곡은, 위즈 칼리파의 데뷔앨범에 대한 기대치와 우려를 동시에 낳았다. 금세 대중의 귀를 사로잡을만한 대중적인 비트는 매력적이었지만, 하드코어 힙합 팬들을 만족시킬 만큼의 무게감 있는 곡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위즈 칼리파의 데뷔앨범은 적당히 깎아낸 비트와 적당히 더해진 효과음, 적당히 차가운 일렉트로니카와 적당한 속도의 래핑이 공존한다. 그 결과 14개의 트랙들은 대중음악을 즐기는 어떤 이에게도 배척될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앨범으로 탄생했다. 힙합에 친숙하지 않은 이라도 가볍게 즐기기에는 무리가 없을 앨범이다.

<블랙 앤드 옐로우>는 물론, <웨이크 업>, <겟 유어 *(Get Your St)>은 단박에 귀를 잡아채는 매력적인 리듬라인을 가진 곡이다. 자신감 넘치는 래핑이 인상적인 후렴구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매끄러운' 진행을 보여주는 <롤 업(Roll Up)>, 버스와 코러스가 비교적 확연하게 갈리는 <플라이 솔로(Fly Solo)> 등도 앨범의 히트싱글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이 앨범은 대중을 겨냥한 친숙함을 갖춘 크로스오버 작품이면서도, 듣는 이들 사이에서 호오가 확연히 갈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바로 지나친 절제가 명작이 지니는 과감함의 미덕마저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온 마이 레벨(On My Level)>의 래핑은 노골적으로 말해 안이하며, <호프스 앤드 드림스(Hopes & Dreams)>, <웬 아임 곤(When I'm Gone)> 등의 트랙은 진부하다. 새로운 힙합 세대의 중요한 인물이 되리라는 기대를 받은 신인이 내놓은 작품에서 이미 10여년 전에 소비된 실험성이 재현된 건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결과적으로 [롤링 페이퍼스]에서 위즈 칼리파는 힙합팬들 사이에서 인정받은 래퍼로서의 재능 이상을 보여주려 했고, 이는 괜찮은 팝 앨범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안타깝게도 괜찮은 팝 뮤지션은, 매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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