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총액 상위 15대 그룹의 비금융계열사 자산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전방위적인 재벌 규제완화가 진행됐으나, 설비투자보다 사내유보금과 토지자산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상위 15대 그룹의 총자산 합계액은 2007년 592조5000억 원에서 지난해 921조6000억 원으로 55.6% 늘어났다.
자산증가의 주요인은 토지자산과 사내유보금 증가였다. 토지자산은 3년 사이 38조9000억 원에서 83조7000억 원으로 두배 이상(115.1%) 급증했다. 사내유보금도 32조2000억 원에서 56조9000억 원으로 76.4%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설비투자 증가규모는 미미했다. 3년 사이 15대 그룹의 설비투자액은 40조3000억 원에서 55조4000억 원으로 37.5% 늘어나는데 그쳤다.
설비투자는 기업의 향후 생산성과 생산규모 증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활동으로, 고용 증대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보다 사내유보금을 더 큰 폭으로 늘렸다는 사실은 투자 대신 유동자산 증가에 관심을 더 기울였음을 뜻한다.
그룹별로 보면, 3년간 총자산 증가율이 가장 컸던 곳은 에스티엑스(STX)그룹이었다. STX그룹의 총자산은 2007년 10조8000억 원에서 지난해 21조8000억 원으로 101.5% 급증했다. 삼성그룹은 총자산이 3년 사이 126조6000억 원에서 205조5000억 원으로 78조9000억 원 늘어나, 15대 그룹 중 가장 큰 폭으로 자산 규모가 커졌다.
보유한 토지자산 증가율이 가장 컸던 그룹은 엘지(LG)그룹이었다. LG그룹의 토지자산은 3년 사이 2조3000억 원에서 8조3000억 원으로 늘어나, 증가율이 253.8%에 달했다. 토자자산총액이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은 롯데그룹이었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토지자산의 지난해 규모는 2007년 6조5000억 원보다 10조9000억 원 늘어난 17조3000억 원에 달했다.
3년간 사내유보금 증가율이 가장 컸던 곳은 한진그룹으로 나타났다. 한진그룹의 사내유보금은 3년 사이 1000억 원에서 9000억 원으로 늘어나, 증가율이 511.9%에 달했다. 사내유보금 증가규모가 가장 컸던 곳은 삼성그룹이었다. 삼성그룹의 사내유보금은 2007년 8조6000억 원에서 지난해 20조3000억 원으로 11조7000억 원 늘어났다.
반면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사내유보금은 2007년만 해도 1조 원에 달했으나, 지난해는 30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설비투자를 가장 큰 폭으로 늘린 곳은 LG그룹이었다. LG그룹의 설비투자 규모는 2007년 4조3000억 원에서 지난해 9조4000억 원으로 늘어나, 증가율이 121.0%였다. 삼성그룹의 2007년 설비투자액은 12조9000억 원이었으나 지난해는 19조7000억 원에 달했다. 설비투자 증가규모가 6조8000억 원으로 15대 그룹 중 가장 컸다.
경실련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로 계열사 확장이 쉬워져 토지자산이 (비교적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며 "재벌의 설비투자 증가를 유도하겠다는 명목으로 시행된 이명박 정부의 각종 재벌규제완화 정책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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