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소득저하가 가계에 이중고로 작용하는 셈이다.
열에 아홉가구 '물가 높다'
8일 한국은행이 작년 11~12월 중 전국 2009개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가계금융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를 보면 물가상승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가구가 전체의 93.5%(매우 높다 34.5%, 높다 59.0%)에 달했다.
이 때문에 정부와 한국은행도 정책 결정시 물가안정을 가장 우선순위의 경제정책으로 둬야 한다고 가계들은 응답했다. 응답가구의 69.6%가 한은이 기준금리 결정시 물가 및 부동산 가격 안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고, 정부정책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에도 48.2%의 가구가 같은 대답을 했다.
▲ ⓒ한국은행 제공 |
물가 부담이 이처럼 커지는 와중에 소득마저 줄어들어, 가계의 빚 부담이 점차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가구의 13.0%가 최근 6개월 이내에 부채 이자를 제 때 내지 못했고, 그 이유로 47.3%는 소득감소를 꼽았다.
또 10.3%의 가구는 부채 원금을 갚지 못했다. 43.7%의 응답자는 빚을 갚지 못한 이유로 '저축을 통한 상환자금 마련 실패'를, 17.6%는 '부동산 처분 등을 통한 상환자금 조달계획 차질'을 꼽았다. 실질소득이 줄어들어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고난의 행군' 이어질 듯
이처럼 물가가 오르고 소득이 줄지만 필수소비부문인 식료품비는 응답가구의 21.7%가 줄이기 어렵다고 답했다. 사교육비(19.2%)와 병원비(18.0%), 대출금이자(14.5%), 학교등록금(9.3%)도 줄이기 힘든 항목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식료품과 사교육비 등은 최근 물가상승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문이다. 이처럼 지출 조정이 어려운 부문의 소비규모가 커지다보니, 54.4%의 가구는 최근 6개월간 생활비가 1년 전에 비해 늘어났다고 답했다.
앞으로도 가계에는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가 안정될 가능성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8일) '2011년 5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을 비롯한 실물부문의 증가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고용상황이 개선되고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또 세계경제 역시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물가상승세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가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와중이라, 정책적인 대응책 강구가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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