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통과를 앞두고 중소상인들이 "지난해 오랜 진통 끝에 개정된 SSM 관련 법안이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EU FTA는 유럽의 대형 유통업체가 국내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는 반면, 국내 법안은 재래시장 500m 근처에는 SSM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는 3일 성명을 내고 "정부·여당 및 민주당은 한·EU FTA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를 즉각 중단하고, 자국의 중소상인들이 최소한의 영업권과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2일 정부와 한나라당, 민주당은 4일 본회의를 열어 한·EU 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대신 전통상업보존구역을 현행 500m에서 1km로 확대하고 일몰시한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기로 한 법안을 한·EU FTA 비준동의안과 함께 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중소상인들은 "EU와 정부는 지난해 통과된 SSM 관련 법안조차 한·EU FTA에 위배된다고 누차 밝힌 바 있으며, 통상전문가들 또한 한·EU FTA가 현 상태로 발효된다면 SSM법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며 "이제 와서 한·EU FTA에 대한 어떠한 수정이나 추가 논의 없이 국내법을 오히려 더 강화할 수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도 "FTA 발효 후 (SSM 관련) 제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100% 분쟁 대상이다. 협정문을 고치지 않고선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결국 영세상인을 달래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EU는 2009년 12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1km 반경 이내 지역에서 SSM 유형의 점포를 완전히 금지하는 방안은 한·EU FTA 양허를 위반하게 될 것"이라고 항의한 바 있다. EU는 지난해 8월에도 "EU와 한국은 이제 막 협상이 끝난 자유무역협정(FTA)을 서명하고 이행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러한 시기에 그같이 중요한 시장(SSM 유통시장)을 닫아 버리는 것은 명백히 FTA를 위배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김 본부장은 지난달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영국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 분쟁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오히려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들도 상생을 도모해 보겠다는 입장"이라며 여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상인들은 국제 분쟁이 생길 여지는 없으며 국내법이 무력화되지 않는다는 김 본부장의 말을 믿지 않는 눈치다.
중소상인네트워크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협정 내용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통해 재협상 등의 관련대책을 논의해도 아쉬운 상황에, 급박하게 국회를 소집해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SSM 관련 법 무력화 방지책이 없는 한·EU FTA는 비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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