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양도세 완화조치는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에 이은 양도세 감세 혜택 2탄인 셈인데, 정부의 의도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부동산 투기 심리 진작이다. 수도권 노른자위 지역에 위치한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 사실상 양도세를 면세 받게 돼 수도권 거주 무주택자가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거나, 심지어 지방에 거주하는 유주택자가 자가를 매각하고 수도권 소재 주택을 구매한 후 자신은 지방에 전세로 거주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구매자들이 신규로 유입되면 가격하락과 거래위축에 신음(?)하고 있는 수도권 주택 매매시장에 반등(反騰)의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고,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 수도권이 과잉대표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체 부동산 시장도 침체에서 벗어날 단초를 찾게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명박 정부의 대표상품이라 할 감세 패키지의 일환이다. 집권 이후 추호의 흔들림 없이 진행시켜 온 부유층과 부동산에 대한 감세정책의 연장선에서 이번 양도세 완화 조처를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작심하고 폭탄을 돌리나?
출범 이후 이명박 정부는 하락하는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정부정책을 동원했다. 이제는 사용할 수 있는 정부정책이 거의 없을 지경이다. 그러다 보니 얼마 되지도 않는 양도세를 완화할 궁리까지 한 모양이다. 기실 지금도 양도소득세 납부 대상자들이 납부할 실제 납부액은 소액에 불과하다.
우선 양도소득세는 취득가액에서 양도가액의 차익인 양도차익이 발생해야 납부할 가능성이 생기는데, 이것도 장기보유특별 공제(장기보유특별 공제 세율은 ▦3년 이상~4년 미만 24% ▦4~5년 32% ▦5~6년 40% ▦6~7년 48% ▦7~8년 56% ▦8~9년 64% ▦9~10년 72% ▦10년 이상 80%)를 빼고, 양도소득 기본공제를 뺀 후 남은 과세표준에 세율(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은 ▦1200만 원 이하 6% ▦4600만 원 이하 15% ▦8800만 원 이하 24% ▦8800만 원 초과 35%)을 곱해 납부하기 때문에 5년 이상 보유한 경우라면 통상 양도차익의 10분의 1 안팎의 양도소득세를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쉽게 말해 특정 주택을 매수한 후 9년 이상을 보유하고 4억원이 넘는 양도차익을 남겼다고 해도 국세로 내는 양도소득세는 불과 4천만원을 하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 정부는 미흡하기 짝이 없는 양도세마저 무력화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려 하고 있다. 보유세가 사실상 형해화(形骸化)된 마당에 양도세조차 이름만 남을 상황이 되었으니 큰 걱정이다. 당장이야 거시경제지표나 부동산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정부의 투기활성화대책이 효험을 발휘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대내외적 조건이 호전되면 사정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전념한 국민의 정부 덕분에 참여정부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명박 정부가 그 전철을 밟는 것 같아 참으로 유감스럽다. 폭탄돌리기는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 가운데 하나다.
조세정의는 어디로 갔나?
양도세 완화는 조세정의에도 정면으로 반한다. 가뜩이나 대한민국은 공평한 조세부담의 원칙이라 할 수평적 공평성(horizontal equity : 똑같은 경제적 능력의 소유자는 똑같은 세금부담을 져야 한다는 원칙)과 수직적 공평성(vertical equity : 더 큰 경제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이 준수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자산의 소유 및 처분 시에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과세도 미비한 실정이다. 자산의 소유 및 처분 시에 발생하는 소득이 대부분 그 성질상 불로소득임을 감안할 때 이는 조속히 교정되어야 하는 과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양도세에 대한 감면조치를 단행해 보란 듯이 조세정의의 근간을 허물었다. 이쯤되면 이 정부가 생각하는 조세정의는 무언지, 이를 어떻게 실현하려고 하는지가 정녕 궁금해진다. 혹여 이 정부가 무차별적인 감세를 조세정의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된다.
▲ ⓒ프레시안(조형·사진=손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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