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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작심하고 '폭탄 돌리기' 나섰다"

[이태경의 고공비행] 조세정의에 반하는 5ㆍ1 양도세 완화조치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양도세를 또 다시 완화하는 조치를 내놨다. 이른바 '5·1 건설경기 활성화대책'의 핵심이라 할 양도세 완화조치의 골자는, 서울과 과천 및 5대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에서 9억 원 이하 1주택을 보유한 세대주가 3년 보유 요건만 맞추면 2년을 거주하지 않고 주택을 팔아도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양도세 완화조치는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에 이은 양도세 감세 혜택 2탄인 셈인데, 정부의 의도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부동산 투기 심리 진작이다. 수도권 노른자위 지역에 위치한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 사실상 양도세를 면세 받게 돼 수도권 거주 무주택자가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거나, 심지어 지방에 거주하는 유주택자가 자가를 매각하고 수도권 소재 주택을 구매한 후 자신은 지방에 전세로 거주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구매자들이 신규로 유입되면 가격하락과 거래위축에 신음(?)하고 있는 수도권 주택 매매시장에 반등(反騰)의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고,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 수도권이 과잉대표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체 부동산 시장도 침체에서 벗어날 단초를 찾게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명박 정부의 대표상품이라 할 감세 패키지의 일환이다. 집권 이후 추호의 흔들림 없이 진행시켜 온 부유층과 부동산에 대한 감세정책의 연장선에서 이번 양도세 완화 조처를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작심하고 폭탄을 돌리나?

출범 이후 이명박 정부는 하락하는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정부정책을 동원했다. 이제는 사용할 수 있는 정부정책이 거의 없을 지경이다. 그러다 보니 얼마 되지도 않는 양도세를 완화할 궁리까지 한 모양이다. 기실 지금도 양도소득세 납부 대상자들이 납부할 실제 납부액은 소액에 불과하다.

우선 양도소득세는 취득가액에서 양도가액의 차익인 양도차익이 발생해야 납부할 가능성이 생기는데, 이것도 장기보유특별 공제(장기보유특별 공제 세율은 ▦3년 이상~4년 미만 24% ▦4~5년 32% ▦5~6년 40% ▦6~7년 48% ▦7~8년 56% ▦8~9년 64% ▦9~10년 72% ▦10년 이상 80%)를 빼고, 양도소득 기본공제를 뺀 후 남은 과세표준에 세율(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은 ▦1200만 원 이하 6% ▦4600만 원 이하 15% ▦8800만 원 이하 24% ▦8800만 원 초과 35%)을 곱해 납부하기 때문에 5년 이상 보유한 경우라면 통상 양도차익의 10분의 1 안팎의 양도소득세를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쉽게 말해 특정 주택을 매수한 후 9년 이상을 보유하고 4억원이 넘는 양도차익을 남겼다고 해도 국세로 내는 양도소득세는 불과 4천만원을 하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 정부는 미흡하기 짝이 없는 양도세마저 무력화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려 하고 있다. 보유세가 사실상 형해화(形骸化)된 마당에 양도세조차 이름만 남을 상황이 되었으니 큰 걱정이다. 당장이야 거시경제지표나 부동산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정부의 투기활성화대책이 효험을 발휘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대내외적 조건이 호전되면 사정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전념한 국민의 정부 덕분에 참여정부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명박 정부가 그 전철을 밟는 것 같아 참으로 유감스럽다. 폭탄돌리기는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 가운데 하나다.

조세정의는 어디로 갔나?

양도세 완화는 조세정의에도 정면으로 반한다. 가뜩이나 대한민국은 공평한 조세부담의 원칙이라 할 수평적 공평성(horizontal equity : 똑같은 경제적 능력의 소유자는 똑같은 세금부담을 져야 한다는 원칙)과 수직적 공평성(vertical equity : 더 큰 경제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이 준수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자산의 소유 및 처분 시에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과세도 미비한 실정이다. 자산의 소유 및 처분 시에 발생하는 소득이 대부분 그 성질상 불로소득임을 감안할 때 이는 조속히 교정되어야 하는 과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양도세에 대한 감면조치를 단행해 보란 듯이 조세정의의 근간을 허물었다. 이쯤되면 이 정부가 생각하는 조세정의는 무언지, 이를 어떻게 실현하려고 하는지가 정녕 궁금해진다. 혹여 이 정부가 무차별적인 감세를 조세정의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된다.

▲ ⓒ프레시안(조형·사진=손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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