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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 없다"던 유전, 다시 파헤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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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 없다"던 유전, 다시 파헤치는 이유?

['석유 시대'의 종말, 그리고 한국경제·②] "저유가 시대, 완전히 끝났다"

- '석유 시대'의 종말, 그리고 한국경제
☞<1> "유가 불안, 과연 투기꾼 농간 탓이기만 할까?"
☞<3> "'금융위기'보다 무서운 '석유위기'가 온다"

앞의 글에서 유가 불안의 한 원인인 공급 제약에 대해 살펴봤다. 이제 수급구조 변화의 두 번째 측면으로 높은 수요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석유 먹는 하마' 중국, 세계 석유수요 증가의 3분의 1 차지

두 번째와 세 번째 측면에 대한 설명은 비교적 간단하다.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경제의 기본원리이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유가가 급등하였음에도 석유수요는 오히려 과거보다 더 빨리 증가하였다.

이는 소위 BRICS 등 거대신흥국(특히 주로 중국)의 고도성장과 빠른 석유수요 증가에 기인한 것이다. 특히 중국은 1990년대초까지만 해도 석유수출국이었으나 석유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세계 2위의 석유수입국으로 전환되어 2000년 이후 세계 석유수요 증가의 약 1/3을 견인하고 있다.

과거 오일쇼크기에는 석유수요가 대부분 선진국에서 발생하였고 이들 국가는 유가가 급등하면 수요증가세가 크게 둔화하거나 일시적으로는 수요가 감소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중국과 같은 거대신흥국은 고도성장에 따른 수요증가세가 워낙 높은데다 산업발전을 위한 보조금 등으로 에너지 가격구조가 왜곡되어 유가가 상승해도 수요증가세가 크게 둔화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이것이 장기유가상승의 두 번째 원인인 고(高)수요의 배경이다.

석유생산비 상승…BP사 심해유전의 사례

셋째로는 석유생산비의 상승을 들 수 있다. 석유자원이 점차 고갈되고 유가가 상승하면서 과거에는 경제성이 없어 개발되지 않았던 유전이나 소위 비재래식 석유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작년에 석유누출 사고를 일으켰던 BP사의 심해유전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유전은 당연히 생산비가 더 비싸다. 특히 비재래식 석유의 대표주자의 하나인 캐나다의 오일샌드와 같은 경우 재래식 석유에 비해 질은 낮은 반면 생산비는 훨씬 비싸다.

재래식 원유가 생산제약에 직면하여 채굴이 쉽지 않은 유전이나 비재래식 석유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석유 생산비가 불가피하게 높아지는 것이다. 이것이 유가 장기상승의 세 번째 요인이다.

비재래식 석유, 과연 희망일까?

그렇다면 향후의 원유 수급이나 유가는 어떻게 변화할까. 우선 위에서 언급한 세가지 측면(공급 제약, 높은 수요, 생산비 상승)은 모두 단기간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우선 석유생산기술에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한 비재래식 석유나 채굴 난이도가 높은 유전의 비중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생산비 상승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 밖에 없다.

다음으로 공급제약은 그것이 앞서 추정한대로 생산능력의 한계를 반영하는 것이라면 앞으로 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경우 비재래식 석유의 생산이 어느 정도 증가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IEA 전망처럼 비재래식 석유가 재래식 원유의 생산 둔화를 보충하고 남을 정도로 증가한다면 생산비 상승으로 유가는 계속 오르겠지만 수급상황은 그런대로 감내할만 할 것이다.

하지만 비재래식 석유는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뿐 아니라 탄소배출량도 많고 환경 코스트가 높아 재래식 원유를 어느만큼 대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성이 많다.

더욱이 일부 석유정점론자들의 전망대로 비재래식 석유를 포함한 전체석유의 정점이 임박하였다면(비재래식 석유를 포함해도 생산이 증가하지 못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진행될 것이다.

"저유가 시대, 완전히 끝났다"

수요 측면 역시 비슷하다. 세계경기가 다시 침체하거나 중국 등의 에너지 효율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한 석유수요 증가세가 단기간 안에 유의하게 둔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히 중국은 자동차 수요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하는 단계에 있어 앞으로도 상당기간 높은 석유 수요증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유가가 계속 상승하면 언젠가는 수요의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세계경제(특히 석유수입국)는 상당한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다.

이같은 전망이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것은 앞으로 석유수급의 불균형은 상당기간 지속되거나 점점 더 심화되고 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물론 리비아 등 중동 정정불안의 해소 여하에 따라 유가가 단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모두 작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가가 앞으로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EA의 수석경제학자인 바이롤(F. Birol)은 작년말 보고서 발표 직후 미국 외교협의회에서 행한 강연에서 "저유가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고 단언하기도 하였다.

더욱이 작년과 금년의 실제 유가는 이미 이들 기관이 전망한 유가수준을 훨씬 앞질러 더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실제상황이 전망보다도 더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의 지위 상승

유가 상승뿐 아니라 석유수급을 둘러싼 불안도 문제이다. 총량적인 수급불균형 문제 이외에도, 비(非)OPEC산유국의 생산이 감소하면서 일부 중동 산유국의 과점적 지위가 강화되고 있는 현상도 수급불안정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석유수급의 불안정성과 유가의 변동성을 높여 석유위기가 빈발하는 상황을 낳을 수 있다.

특히 앞으로의 석유위기는 구조적 수급불균형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과거 1970~80년대의 석유위기보다 더 심각한 파장을 미칠 수 있다.

과거의 석유위기는 구조적인 수급불균형이 아니라 산유국의 일방적인 가격인상에 기인한 것이었기 때문에 유가는 단기간에 급등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저유가로 회귀하곤 하였다. 그러나 향후의 석유위기에서는 유가상승이 저유가로 회귀하지 않는 지속성을 가질 것이란 점에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더욱이 구조적인 수급불균형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석유위기가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매우 우려할 만한 문제이다.

▲ ⓒ프레시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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