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어느 날 문자가 왔다. '미확인 포토 메일(2)건'이 있으니 확인하라고. 평소 휴대전화로 사진을 자주 주고받았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없이 버튼을 눌렀다. 사진 속에는 처음 보는 여자가 야시시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아뿔사!' 했지만 이미 늦었다. 2990원이 빠져나갔다.
"미확인 포토 메일(2)건이 있습니다", "수신된 멀티 메시지가 있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내 순진한 이들을 '농락'해온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기자와 같이 '의심하지 않고' 순순히 버튼을 눌렀던 피해자들이 총 160만 명이다.
광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9일 인터넷 콘텐츠 제공업체(CP)를 차려 불특정 다수인에게 유료 서비스 이용을 유도하는 사기 문자 메시지를 보내 소액 결제대금 50억 원을 챙긴 30명을 붙잡았다. 이 중 1명은 구속했고, 다른 1명은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이며, 28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사기를 당한 사람들의 숫자는 경찰이 적발한 유사 사건 중 최대 규모다. 3000원 미만의 휴대전화 소액 결제는 별도의 사용자 승인절차 없이 자동으로 요금이 부과된다는 사실을 악용한 것이다. 그래서 '확인'을 누르는 순간 2990원의 정보 이용료를 내게 되는 것이다.
제도 개선 늦어져 재판 중에도 계속 문자 사기
문제는 제도 개선이 늦어져 이런 사건이 계속 반복돼 왔고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는 것. 심지어 이번에 붙잡힌 일당 중 4명은 지난해 동일 범죄로 검거돼 불구속 재판을 받으면서 범행을 계속하다 다시 검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을 저지른 무선 인터넷 콘텐츠 제공업체(CP) 외에도 결제대행업체와 이동통신사의 책임도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과된 정보 이용 요금 가운데 결제대행업체는 약 11%, 이동통신사가 약 5%의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담당한 광주경찰청 변민선 계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결제 대행업체나 이동 통신사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이 더뎠던 것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올해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 7월부터 가이드라인이 많이 나왔지만 구속력은 크게 없었다"며 "정보통신망법의 통신과금서비스 관련 조항을 개선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법이 시행될 경우 법적 강제력이 생겨 더 이상 이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추진 중이고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끝을 흐렸다.
방통위가 이통사와 결제 대행업체의 눈치를 보며 강력한 법제정을 망설이는 사이 피해자는 눈덩이 불어나 듯 더 커질 수도 있다.
한편 광주경찰청 변민선 계장은 "피해가 발생하면 방송통신위원회 고객센터, 한국 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민원처리 사이트에 신고해 적극적으로 환불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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