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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와 학생의 어깨 걸기, 이제 시작이다"

[기고] 청소노동자 집단교섭 최종가결, 대학생에게 남은 과제

마침내 연세대, 고려대, 고려대병원, 이화여대 청소노동자들의 길었던 싸움이 결실을 맺었다. 4월 7일 연세대분회를 마지막으로 모든 사업장에서 용역업체와의 잠정합의를 이끌어낸 이후로 4월 14일부터 4일 동안 조합원 총회 및 잠정합의안 찬반 총투표를 진행한 결과, 91.8%의 찬성으로 잠정합의안이 최종 가결된 것이다.

집단교섭 투쟁을 만들었던 공공노조 서경지부 소속의 4개 사업장 노동자들은 이번 투쟁을 통해 몇 가지 소중한 성과를 얻었다. 우선 '기본급'에 있어서 네 개 사업장 모두에서 법정 최저임금 4320원보다 높은 수준인 시급4600원을 쟁취했다. 이화여대와 고려대병원에서는 식대인상을 비롯해서 노동조합 전임자 1명씩을 추가하기로 합의했고, 연세대에서는 식대인상이나 명절상여금 인상, 남성 노동자 외곽수당 신설, 전임자 1명 추가 등을 이뤄냈다. 고려대에서도 외곽수당과 주임수당(주: '주임'을 맡은 노동자가 추가로 받는 특별수당)이 인상되었다.

사실 청소노동자들의 집단교섭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되었다. 그동안 각 사업장별로 진행되어왔던 '교섭'을 '공동으로'으로 제기하고 진행하면서, 사업장별로 고립분산되어있던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들을 하나로 모으고, 대학 내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함께' 맞춰보자는 의미였다. 각 용역업체들은 노동조합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기본급 액수에 있어서는 최저임금 수준을 고집했다.

결국 노동자들은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총파업에 들어갔다. 우리의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있다는 경고의 의미였다. 그러나 용역업체들은 파업을 빌미로 기존에 합의했던 사안마저 번복했다. 대학당국이 실질적인 사용자임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용역업체들에게 모든 걸 떠넘긴 것이다. 총파업 이후에 용역업체에게 시간을 주었던 노동자들은 다시 빗자루를 놓고 파업을 재개할 수밖에 없었다. 14일부터는 각 사업장에서 부분파업을 시작했다. 경고파업 이후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전면파업과 점거농성까지 진행하면서, 결국 용역업체를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진짜 사장'인 학교본부들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투쟁의 과정에서 대학생들의 역할도 컸다. 각 대학의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학생대책위'를 꾸려 청소노동자들의 싸움이 고립되지 않도록 열성적인 활동을 펼쳤다. 이화여대 1만 명, 고려대 1만4천명 등 4만5천명의 서명을 비롯해 학내 집회, 선전전, 강의실 발언, 지지콘서트 등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학내 집회 발언에서, 지지메시지 속에서, 학생들은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있다. 항상 우리 옆을 지켜주었던 이 분들의 노동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새삼 느낀다."라고 이야기했다.

대학당국의 공세도 만만치 않았다. 홍익대에서처럼 연대하는 학생들에 대해 징계의 협박을 하는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등록금 인상'의 사유로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들며 마치 학생들의 이해관계와 청소노동자들의 노동권이 배치되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러나 학생대책위는 노동권과 교육권은 결코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찾아나갈 때 얻어낼 수 있는 것임을 알려나갔고, 노동자들과 학생 간의 연대를 통해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학생총회에서 학생들은 학내 노동자의 권리를 함께 제기하며 이러한 논리를 깨나가기도 했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이번 집단교섭 투쟁이 시사하는 바를 생각할 수 있다. 집단교섭의 요구를 세 가지를 다시금 살펴보자. "생활임금 보장하라!", "진짜 사장 대학총장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라!" 이것은 그 동안 사업장별로 이루어진 용역업체와의 교섭에서 청소노동자들이 공세적인 대응을 하기 어려웠던 조건을 넘어, 한 발짝 더 나아간 요구안을 제기한 것이었다. 또 네 사업장 공동파업인 만큼 규모 있는 싸움으로 '요구'를 쟁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심장하다. 결과적으로 시급 4600원이 최종 결정되면서 경총의 '최저임금 동결' 주장을 실질적으로 넘어서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앞으로 있을 최저임금 협상에서 정부와 경영자들이 4600원 이하의 인상안을 쉽게 꺼낼 순 없을 것이다. 요컨대 청소노동자들의 기본 임금수준에 있어서 다소 한계적이나마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기준'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한 사업장에서 교섭을 통해 결정된 시급은 다른 사업장의 임금 기준으로 제시되고 영향을 미치는데 이번 집단교섭에서 용역업체들이 처음에는 최저임금을 주장하다가 홍익대 청소노동자 투쟁의 최종 타결액수인 시급 4450원을 기준삼아 제시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 연세대 조합원이 "학교와 노동자 사이에서 용역업체가 끼어서 귀찮게 하는데, 빼버리고 '직거래'합시다!"라며 센스넘치는 구호를 남겼듯, 간접고용에 대한 문제의식을 널리 알려내기도 했다.

집단교섭 투쟁은 이렇게 최저임금과 간접고용의 문제를 알리면서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여전히도 우리나라에는 40만의 청소노동자들이 저임금과 불안정노동의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명 하에 '국가고용전략2020', '직업안정법 개악'을 추진하며 간접고용을 확산하고 저임금 단기간 일자리를 늘려가고만 있다. 그 때문에 더욱 이번 청소노동자 집단교섭 투쟁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청소노동자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정부에서 제시하는 '최저로 살아갈 권리'가 아닌,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권리'를 요구하는 집단적 움직임이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에서 있었던 정규직 노조의 자녀채용 우대조건 요구안 제시는 노동자운동의 현실을 걱정하는 많은 이들에게 우려를 품게 했다. '경제위기'라는 구조적인 이유로 더 많은 사람들을 해고하기 쉽게 만들고 저임금을 받게 만드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저임금과 불안정노동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것만으로 국한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든 노동자, 실업자들이 공동으로 싸우고 해결할 때어야만 극복할 수 있다.

지난 청소노동자 집단교섭 투쟁에 집중된 관심이 이제 최저임금과 간접고용에 대한 것에 확대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6월에 열릴 2012년 최저임금 결정 논의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불안정한 삶을 바꿔낼 수 있길 바라는 우리는, 결코 이 정도에서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더 큰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 ⓒ프레시안(김윤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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