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도 검증되지 않은 임상시험에 드는 비용까지 환자가 부담하라니…"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보건의료기술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말이 많다.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은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받을 수 있고, 임상시험 비용은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다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시민단체는 "환자에게 건강에 대한 위험성과 임상시험 비용까지 이중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는 지난 15일 보건의료기술진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임상시험에 사용된 신약이나 신의료기술에 대해 3년간 한시적으로 병원이 환자에게 비급여로 비용을 걷을 수 있고, 피시험자에게 사용되는 대조군(가짜약)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6일 성명을 내고 "연구중심병원을 지원한다는 명목하에 제약회사나 의료기기회사가 당연히 부담해야 할 연구비용을 환자들과 건강보험 재정에 전가시켰다"며 반발했다.
환자단체연합회도 같은 날 성명에서 "제약사는 당연히 막대한 임상시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연구중심병원의 연구자를 내세워 임상시험을 할 것"이라며 "결국 그 수혜는 제약사가 받게 된다"고 꼬집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는 의학적으로 문외한"이라며 "의사가 좋은 신약이나 신의료기술이 나왔으니 한번 사용해 보자고 권유했을 때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환자가 거부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건강보험은 만성 적자로 재정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러한 때에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제약사가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임상시험 대조군에 쓰이는 비용까지 건강보험 재정으로 퍼주는 것은 상식 이하의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법안에 임상시험에 대한 심사절차나 기준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경실련은 "심사절차‧기준‧심사기관이 없는 상황에서, 병원은 3년이 지나도 기존 기술을 조금만 바꾸거나 첨삭해 또 다른 신의료기술로 부르며 혜택기간 3년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환자는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임상시험 대상자가 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임상시험 비용까지 부담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처했다"며 보건의료기술진흥법 개정안의 폐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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