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공개 사과도 소용없었다"…한·EU FTA 협정문, 또 번역 오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공개 사과도 소용없었다"…한·EU FTA 협정문, 또 번역 오류

207곳 고친 뒤에도 번역 오류…보수정당도 통상교섭본부 성토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에서 또 번역 오류가 확인됐다.

앞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한·EU FTA 비준안 협정문 한국어본에서 207곳의 번역 오류를 찾아내 이를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공식 사과했었다. 그러나 외통부가 치밀한 재검독 과정을 거쳤다면서 내놓은 수정안에서 또 오류가 확인된 것이다. 외통부는 앞서도 번역 오류를 이유로 두 차례나 비준안을 철회했었다.

송기호 변호사가 지난 2월 21일 <프레시안> 기고를 통해 한·EU FTA 비준안 협정문 한국어본의 번역 오류를 처음 지적한 뒤, 외교통상부의 총체적 무능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기고 바로 가기)

"통상관료들이 세계 각국과 추진하는 '동시다발적 FTA'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영어번역도 제대로 못하는 통상관료들을 믿을 수 있느냐는 게다. 아울러 통상교섭본부 소속 관료들의 전횡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엔 진보정당에서만 이런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젠 보수정당도 같은 목소리를 낸다.

또 'or' 번역 오류

12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재상정될 예정인 한·EU FTA 비준안 한국어본에 번역 오류가 있다. 외통부가 이날 보도자료에서 시인한 내용이다.

예컨대 협정문 영문본에 있는 'fair trade practice'이라는 대목이 '공정한 무역관행'으로 번역돼 있다. 그러나 문맥을 살펴보면 '공정한 거래관행'으로 번역하는 게 옳다.

더 황당한 대목도 있다. 'laser or other light'라는 문구가 '레이저는~'으로 번역됐다. '레이저 또는~'이 옳다. 아예 통째로 빠진 낱말도 있다. 'X-ray'라는 낱말이 한국어본에선 빠졌다.

외통부가 오류를 시인한 것은 이렇게 세 가지다. 그러나 한국어본을 살펴본 전문가들은 오류가 더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게 'or'의 번역이다. '또는'으로 번역해야 하는데 '그리고'로 번역한 대목이 더 있다는 게다. 포도주스에 관한 내용에서 '농축된 것 또는 주정'이라고 번역해야 하는 것을 '농축된 것과 주정'으로 번역했다. '곡물과 종자, 과실'로 번역해야 하는 것을 '종자, 과실'로 번역한 사례도 있다. '곡물'을 빠뜨린 것이다.

번역 오류 처음 지적했을 때와 같은 반응 보이는 외통부…"사소한 오류다"

외통부는 이런 번역 오류가 심각한 것은 아니라면서 국회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비준안 재상정과 의결은 예정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다. 지난 2월 21일, 송기호 변호사가 <프레시안> 기고를 통해 번역 오류를 처음 지적했을 때와 똑같은 반응이다. (☞송 변호사의 기고에 대한 외통부 반응 "단순 오류일 뿐…국회와 협의 중")

그러나 당시 외통부 내부에선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결국 비준안을 철회했었다. 이런 과정이 두 차례나 반복됐다. 이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그리고 이런 소식은 외국 포털 사이트에서 '엽기뉴스'로 분류됐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비준안을 철회한다면 세 번째 철회가 된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초유의 일이다.

박선영 "통상교섭본부, 심각한 국회 모욕"

번역 오류가 통상교섭본부의 '무능'을 드러냈다면, 그들의 '전횡'을 드러낸 사례 역시 주목받고 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회가 한·EU FTA를 비준하기 전에 국내 환경기준에 미달하는 유럽차가 수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국회를 모욕하는 처사", "국민건강을 위협한 것", "용서받을 수 없는 만행" 등의 표현을 쓰면서 격렬히 비판했다.

이런 내용은 앞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발표한 것과 사실상 똑같다.(☞관련 기사: 미발효 한·EU FTA 따라 푸조 자동차 200대, 이미 국내 수입) '동시다발적 FTA'를 추진하는 통상교섭본부의 '전횡'에 대해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한·EU FTA 협정문 오역 사태'
한·EU FTA 국회 비준동의안, 번역 오류…"원본과 달라"
번역 오류, 정부도 시인
'묻지마 FTA', 불도저식 강행에 <조선>까지 비판 가세
한·EU FTA협정문 번역 오류, 정부 해명도 '거짓투성이'
정부, 한·EU FTA 국회 비준 동의안 철회
정부, 한·EU FTA 협정문 수정본 국회 제출
비준동의안, 상임위 상정…김종훈 "문학작품도 의역하지 않나"
한·EU FTA 비준동의안, 번역 오류 또 있다…정부 해명도 오류
한·EU FTA 비준 동의안, 또 고친다…정부, 오류 시인
한·EU FTA 번역 오류 무려 160여 건
한·EU FTA 비준동의안, 또 철회
외통부 "한·EU FTA 협정문 번역오류, 총 207건"
한·EU 협정문 번역 오류 기사, 미국서 '엽기'로 통한다?
계속 쏟아지는 번역 오류…"160여 건→207건→실제론 '?'"
한나라당, 번역 오류 한·EU FTA 비준안 상정 강행

- '한·미 FTA 협정문 오역 사태'
"한·미 FTA 협정문 번역도 엉터리

- '한·인도 CEPA 협정문 오역 사태'
"'or'을 '기타'로, '고등어'를 '삼치'로"…끝없이 쏟아지는 오류

- "국회 위에 통상교섭본부 있다?"
한·EU FTA 잠정발효, 구속력 없는 '구두 합의'
FTA 비준 목맨 정부, 국회 무시하고 FTA 임의 발효
- MB가 보고하지 않은 FTA
☞<0> "수출이냐, 민주주의냐"
☞<1> "2003년의 노무현이 옳다"
☞<2> '중국 포위 FTA'의 선봉에 선 한국
☞<3> 한·EU FTA 국회 비준동의안, 번역 오류…"원본과 달라"
☞<4> "미국이 '일대일 협상' 원하는 이유, 그들은 왜 모를까?"
☞<5> "한·EU FTA 이후에도 맥줏집서 월드컵 볼 수 있을까?"
☞<6> 한·EU FTA는 어떻게 500만 중소상인을 울리나?

- '민변의 한·EU FTA 해설'
"한·미 FTA보다 강도 높은 불공정 조약, 30개 분야 집중 점검해야"
"한·EU FTA 체결하면 조세수입 1.6조 원 감소"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