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자 외고생들의 해외봉사활동이 유행한 적도 있다. 차별화된 봉사활동 경력 쌓기 위한 것인데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힘든 일이다."
"각종 스펙으로 입시가 결정되는 현실에서 가정 형편 어렵고, 정보력이 없는 학부모로서는 자괴감이 크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의 주관으로 28일 열린 대입선진화방안(대입전형개선, 입학사정관제 정착, 수능 개편안)에 대한 토론회에서 입학사정관제 실시에 따른 불만과 불신, 불안의 목소리가 상당했다.
토론회를 방청하던 한 고등학생 학부모는 '스펙 쌓기' 스트레스와 경제력·정보력 부담을 호소하면서 "계층으로 갈리는 입시제도, 돈이 많이 드는 입학사정관제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숙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베트남으로 봉사활동을 온 외고생 20여 명과 학생들을 인솔한 부모님 두 분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며 "그들이 하는 일은 고급 호텔에 머물면서 한국에서 가져간 3000만 원 상당의 의약품을 가난한 학교에 기부하고 전염병 예방 홍보 전단지를 나눠주고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결과물로 미리 약속된 그 지역 시장 상을 받았다"며 "입학사정관들이 제출된 객관적인 서류로 어떻게 이런 상황까지 걸러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범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정책보좌관은 토론을 통해 3가지 이유로 입학 사정관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먼저 "지나치게 다양한 전형요소를 요구하기 때문에 사교육비 경감에 불리하다는 것"이고, 그 다음 "비교과영역은 교과영역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영향을 더 많이 받으므로 학력을 통한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선발과정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연고자 특혜, 기여 입학제, 고교등급제 등으로 악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입학사정관제를 부정적으로 봤다. 그는 "굳이 입학사정관제를 한국에 도입하고자 한다면, 미국과 다른 '코리안 버전(Korean Version)'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입학사정관제가 교육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사교육을 더 유발할 수 있어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조성범 전교조 편집실장은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정원의 10% 정도를 넘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제를 ▲지역균형 선발 ▲사회적 배려 대상자 ▲장애인 등 교육 소외 계층과 특기자 전형에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입장은 다르다. 토론에 참석한 김보엽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입학선진화' 과장은 입학 사정관제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완벽하지 못했던 건 사실이지만 조금만 수정하면 될 것을 완전히 폐지하자고 하면 좋은 제도가 뿌리내리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무성 한국교총 정책개발국장도 "대입선진화 방안이 문제가 많음은 반대편 토론자들과 입장을 같이하지만, 입학사정관제에 대해서는 조급함을 갖지 말고 취지를 차근차근 구현해 가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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