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조9000억 원으로 작년 1분기(4조4100억 원)보다 34.2% 감소했다고 7일 잠정 발표했다. 이는 작년 4분기(3조100억 원)보다 3.7% 줄어든 것이다.
또 매출은 37조 원으로 작년 1분기(34조6400억 원)보다는 6.8% 늘어났으나 지난해 4분기(41조8700억 원)와 비교하면 11.6%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2009년 2분기(2조5700억 원) 이후 7분기 만에 가장 적은 것이고, 매출은 지난해 1분기 이후 최저치이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2조8000억 원 밑으로 떨어질 경우 '어닝 쇼크'라고 전망했었다. 따라서 이번 실적은 '어닝 쇼크'를 간신히 면한 셈이다.
이날 내놓은 실적은 잠정치로, 삼성전자는 이달 말 1분기 실적 확정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1분기 실적 부진은 우선 LCD 등 주력 제품의 가격이 1~3월 내내 약세를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CD 패널 가격은 올해 들어서도 좀체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TV용과 모니터용, 노트북용 모두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25~30%나 주저앉았다.
일각에선 갤럭시 및 갤럭시탭 등 스마트폰 부문의 판매 부진과 재고 누적 등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는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이런 문제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나마 선방한 것은 반도체다. 일본 대지진이 영향을 끼쳤다. 반도체 가격은 지진 이후 상승세다. 스마트 기기 시장이 팽창하면서, 수요가 늘어났는데, 공급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대표적인 낸드플래시 제품(16Gb NAND 2Gx8 MLC)의 3월 평균 가격은 3.74달러로 일본 대지진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2월(3.50달러)보다 약 6.8% 올랐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도시바는 대지진 이후 정상 가동을 못하고 있다. 도시바의 생산 공장은 직접적인 지진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일본 전역의 물류 및 전력 공급 체계가 혼선을 빚고 있는 탓이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다른 사업 부문의 부진을 반도체에서 거둔 성과로 메울 수 있었다.
일본 대지진 발발 직후인 지난달 13일, <중앙일보> 인터넷판은 "반도체, 석유화학, 정유 등 단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에 반사 이익"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서 일본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는데, 적어도 삼성전자의 실적만 놓고 보면 <중앙일보>의 전망이 크게 틀리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업체가 1995년 1월 일본 고베 지진과 1999년 9월 대만 치치 지진 직후 혜택을 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앙일보> 식의 보도 태도가 윤리적으로 정당한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관련 기사: '이웃의 고통'으로 장사하는 이들을 어찌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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