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금융통화위원회가 다가온 가운데, 주택대출금리는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그만큼 가계의 빚 부담은 더 커지고, 놔두자니 물가를 잡을 길이 요원하다. 한국은행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경제정책 향방이 달라질 전망이다.
전세대출도 연리 6% 돌파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에 따라 최근 들어 시중금리가 크게 치솟고 있다.
하나은행은 7일부터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 5.14~6.64%로 올리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이번 주 CD 연동 주택대출 금리를 연 4.94~6.24%로 전주대비 0.07%포인트 인상키로 결정했다.
신한은행도 지난주보다 0.06%포인트 인상한 4.82~6.22%로 주택대출 금리를 결정했다. 외환은행 역시 최대 6.40%로 주택대출 금리를 인상시켰다.
사실상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연리가 6%까지 치솟은 셈이다.
이처럼 대출금리가 급등하는 까닭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인 CD금리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CD금리 91일물은 전 거래일(4일) 연 3.27%까지 올라, 2009년 1월 7일(3.92%)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CD금리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 내내 평행선을 그리다, 1월 금통위 이후에만 열일곱 차례에 걸쳐 0.47%포인트 올랐다.
단순히 무리해서 집을 사는 데만 제동이 걸린 게 아니다. 전세대출마저 급등세다. 국민은행의 신규 취급기준 코픽스(COFIX) 연동 전세대출금리는 작년 말보다 0.47%포인트 급등한 4.69~6.09%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0.37%포인트 올린 4.77~5.81%로 전세대출금리를 결정했다.
코픽스란 은행들이 조달하는 8개 자금상품의 금리를 가중평균해 산출한 것으로, CD금리를 대체할 기준으로 평가되는 새 주택관련대출 금리다.
정부가 전세난 타개책으로 내놓은 전세자금대출마저 연리 6%를 넘어설 마당이라, 사실상 전 주택수요자가 심각한 부채 부담에 허덕이게 된 셈이다. 한은 발표를 보면 작년 말 기준으로 가계신용이 795조3759억 원으로, 800조 원에 육박한 상황이라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추가로 오른다면 그만큼 가계의 빚 부담은 더욱 심각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가계의 월평균 이자비용은 6만5728원(1인 이상 가구)으로, 2009년 대비 16.3% 늘어났다.
금리 올리나 마나
이런 사정 때문에 3월 금통위에서 한은이 과연 기준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시중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가계의 빚 부담을 더 늘리기 때문이다.
한은이 정책보고서까지 정기적으로 정부에 낼 정도로 사실상 정부정책 집행기관으로 전락한 마당이라, 가계가 임기 내 무너지는 것을 바라지 않을 청와대의 심기까지 거스르면서 적극적인 유동성 흡수 정책을 취하기는 어렵다는 배경이다.
그러나 이대로 기준금리를 놔둘 수도 없는 마당이다. 물가 또한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업 팔 비틀기'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각 부처를 동원해 밀어붙여 온 정책적 수단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라,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준금리 인상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단 2008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풀어놓은 막대한 유동성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 세계적으로 합의 된 위기극복 수순이기도 하다.
한은이 고심을 거듭하는 가운데, 정부에서는 부처별로 각기 다른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물가상황을 감안하면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으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계부채를 진 서민들의 부담 가중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은이 어느 곳의 입장과 맞출지가 이번 주 경제계 최대 초점이 될 전망이다. 일단 대다수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