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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이후, '약값 폭탄'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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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이후, '약값 폭탄'이 떨어진다"

환자단체 경고 "EU와의 FTA는 전 세계 환자의 목숨을 건 거래"

"7~8년 전 일입니다. 한국의 백혈병 환자들에게는 스위스의 초국적 제약회사가 개발한 '글리벡'이라는 치료제가 필요했습니다. 글리벡의 한 달치 가격이 300~600만 원이었으니, 일 년에 약값만 3600~7200만 원이 들었습니다. 돈이 없어 약을 살 수 없던 환자들은 글리벡과 똑같은 인도산 복제약(제네릭) '비낫'을 수입했습니다. 한 달 약값이 12만 원으로 떨어졌죠."

'EU(유럽연합)의 FTA 전략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에서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가 한 말이다. 안기종 대표는 "한국에는 지금도 약값이 너무 비싸서 인도약을 수입하려는 환자들이 있다"며 "싼 복제약이 없으면 가난한 환자들은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도산 복제약을 들여오면 한국 급성골수백혈병 환자들의 약값은 연간 40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떨어진다.

ⓒ프레시안(김윤나영)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한국백혈병환우회,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등 20여 시민사회단체는 3일 서울 종로구 주한 유럽연합대표부 앞에서 한·EU FTA와 인도·EU FTA 체결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초국적 제약회사는 혁신적이지도, 임상효과가 뛰어나지도 않은 약을 만들어 독점판매권을 유지한다"며 "전 세계 가난한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을 위협하는 EU와의 FTA 체결을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인도·EU FTA는 전 세계 120여 개국 환자들의 목숨이 걸린 거래"라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전 세계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시장의 20%를 공급하는 인도는 '세계의 약국'이다. 그러나 인도·EU FTA가 체결되면 '의약품 자료독점권' 때문에 인도의 제약회사가 복제약을 개발할 수 없게 된다. 자료독점권이란 제약회사가 제네릭 판매를 요청할 때 오리지널 의약품의 임상자료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해 제네릭 판매를 지연시킬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관련 기사 : "'세계의 약국' 인도가 무너지면, 우리도 다친다")

'특허권'이 취득 요건이 까다롭고 독점기간이 길다면, '자료독점권'은 독점기간은 상대적으로 짧지만 취득 요건이 간단하다. 이러한 이유로 2001년 미국과 FTA를 체결한 요르단에서는 2006년까지 초국적 제약회사가 만든 의약품의 79%가 자료독점권을 얻었다. 초국적 제약회사가 제3세계에서 특허가 없는 의약품을 독점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 결과 특허권을 얻을 만큼 '혁신적이지는 못한' 신약의 약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한국이 참가하는 FTA도 약값을 올리는 데 예외는 아니다.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에서 활동하는 권미란 씨는 "요르단의 과거가 한국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며 "한·미 FTA와 한·EU FTA가 체결되면 약값에 미치는 파급력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고 말했다. 권 씨는 "특허 독점기간을 늘리려고 하는 한·미 FTA와 자료독점권을 강화하려 하는 한·EU FTA가 합쳐지면 한국에는 특허권과 자료독점권이 동시에 강화돼 전 세계에 유례없는 독점 조항이 생긴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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