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담합한 온라인 음원업체 무더기 적발

공정위, SKT·로엔 등 15개사에 과징금 188억 부과

대형 온라인 음악관련업체가 음원 가격과 공급조건 등을 담합한 혐의로 무더기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이 무제한 다운로드 시장이 열리자 음원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담합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 로엔엔터테인먼트, KT, KT뮤직, 엠넷미디어, 네오위즈벅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유니버설뮤직, 워너뮤직코리아, 예전미디어, 포니캐년코리아, SM엔터테인먼트, SBS콘텐츠허브, 킹핀엔터테인먼트, 다이렉트미디어 등 총 15개사는 과장금 188억 원을 물게 됐다.

공정위는 이중 담합을 주도한 SK텔레콤과 로엔엔터테인먼트, KT뮤직, 엠넷미디어, 네오위즈벅스 등 5개 업체는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또 로엔엔터테인먼트, KT뮤직, 엠넷미디어에 대해서는 대표이사도 함께 고발조치했다. 특히 SK텔레콤, 엠넷미디어 등에는 19억 원 이상의 무거운 과징금을 부과했다.

2일 공정위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SK텔레콤과 로엔엔터테인먼트, KT, KT뮤직, 엠넷미디어, 벅스 등 6개 온라인 음악서비스업체는 지난 2008년 5월 28일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를 받지 않은 음원의 가격과 상품규격 등을 담합키로 결정했다.

저작권 사용료 징수규정이 DRM 음원뿐만 아니라 non-DRM 음원까지 적용돼, 음원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우려되자 이들 업체가 담합에 나선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했다. DRM은 다운로드 횟수나 음악듣기 시간 등이 정해진 음원파일이며, Non-DRM은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파일을 말한다.

이들의 담합 내역을 보면 월정액 상품의 경우 '곡수 무제한' 상품은 출시하지 않기로 했고, 40곡에 5000원, 150곡에 9000원을 정하기로 했다. 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이 가능한 복합상품은 40곡에 6000원, 150곡에 1만 원을 받기로 담합했다.

또 기간임대제(MR) 상품은 5000원에 판매했고 단품 다운로드의 경우 DRM과 Non-DRM의 가격차이를 100원으로 정해 판매키로 합의했다. 이와 같은 시장선도업자의 담합으로 인해 공급조건이 까다로워져 후발 중소기업들은 값싼 상품의 출시가 어려워졌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권리가 침해됐다고 공정위는 분석했다.

지난 2009년 3월 공정위에 이들 유통업자를 고발한 경실련은 성명을 내 "이번에 담합한 음원유통 및 온라인 서비스업체는 음원유통의 91%, 음원판매의 94.6% 이상을 차지하는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며 "특히 SK텔레콤, 로엔엔터테인먼트, KT, KT뮤직, 엠넷미디어, 네오위즈벅스는 각각 멜론, 도시락, Mnet, 벅스 등 주요 온라인 음악사이트를 직접 운영하면서 시장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돈 되는 음악, 획일적인 음악'만 공장에서 찍어내듯 양산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윤철한 국장은 "이와 같은 담합으로 대형음원업체가 시장지배력을 확보해, 결과적으로 창작자에 대한 정산 자체가 일방적으로 이뤄지게 됐다"며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창작자와 음원업체 간 문제를 바꿀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담합을 막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고, 형사처분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