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숙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마애보살좌상에 난 발파구멍은 돈에 눈이 멀어 문화재조차 파괴하려는 4대강공사의 실체를 여실히 드러냈다"며 "우리의 자랑스러운 세계문화유산이 이명박 정부의 삽질로 파헤쳐지고, 잘려나가고 수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전 의원이 제기한 문화재 피해 상황은 마애보살좌상과 세종대왕 영릉 문화재구역 두 가지. 마애보살좌상은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며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바는 없다. 문화재청은 불상이 발견된 직후 공사를 중단했으나 불상엔 이미 구멍이 커다랗게 뚫린 상태였다. 이 구멍은 공사 중 발생한 발파구멍이라는 게 중론이다.
전 의원이 이 불상이 국보급 문화재임을 밝히며 "발파 구멍 외에도 여러 군데 긁힌 자국 이 선명하다"고 전했다.
▲ 발파 구멍이 뚜렷한 마애보살좌상. ⓒ전혜숙 의원실 제공 |
세종대왕 영릉 기반침식 우려
또 전 의원은 "세종대왕과 효종대왕이 묻힌 여주 영릉을 현장 조사했다"며 "문화재청이 문제없다고 밝힌 세종대왕 영릉 문화재보호구역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심각한 지반침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영릉 문화재구역에선 10~20m밖에 떨어지지 않은 남한강에서 7m 깊이로 강바닥을 파내고 있으며 700m 거리에는 여주댐이 건설 중이다. 세종대왕 영릉이 습지로 보토(補土)를 해 지대를 강화시킨 곳이라 현재 수심보다 물의 양이 늘어날 경우 수맥의 삼투압에 따른 기반침식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 의원은 주장했다.
또 여주댐과 강천댐 건설로 7배 이상 수량이 증가할 경우 그 일대가 상습 안개지역이 돼 세계문화유산인 제실과 천연기념물인 회양목, 수많은 보물급 건축물과 석물들의 훼손이 불가피하다. 특히 세종대왕의 원찰(願刹.죽은 이의 명복을 빌던 법당)인 신륵사는 강천댐과 여주댐에 둘러싸여 수몰위기에 처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의원은 "4대강 유역에 대한 문화재 지표조사를 지난 2월부터 시작하여 불과 한달 반 만에 해치웠고 수중지표조사는 아예 하지 않았다"며 "문화유산을 보호해야 할 문화재청은 4대강 사업으로 수많은 문화재가 파괴되고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거나 용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재 지표조사 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4대강 사업구간의 문화재 지표조사를 전면 재조사 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 현상변경 승인 전 공사 시작, 무리한 속도전
한편 민주당 장병완 의원은 이날 금강 6공구에서 문화재청의 승인이 나기 전에 공사를 시작한 시공업체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금강 6공구 공사는 문화재청에서 5월 10일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26일에 문화재현상변경 승인과 공사허가를 받은 후에 27일 4대강 사업공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장 의원은 지난 5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6공구 일대에서 시공업체가 국가지정문화재현상변경 승인 허가 전 공사를 강행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불법공사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이후 문화재청이 뒤늦게 확인한 결과 현상변경허가이전 공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지역이 백제의 국찰(國刹)이었던 왕흥사의 터인 '왕흥사지'와 인접한 지점이라는 것. 문화재보호법상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500m 이내의 개발행위에 대해서는 현상변경 허가를 꼭 받아야 한다. 왕흥사지 유적은 6공구로부터 불과 20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문화재청, 현지 조사 하지 않고 한 것으로 기록
상황을 이렇게 만든 데는 문화재청의 잘못도 있다는 게 장 의원의 의견이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현지 조사를 하지 않은 채 조사를 한 것으로 회의록에 허위로 기재했다.
국감 이후인 지난 19일 문화재청은 사실 확인 보고서를 통해 "6공구 현지조사는 도면 검토로 대체했다"고 실토했다.
장 의원은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의 조력자 역할을 한 것이다"라며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문화재청 등 모든 허가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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