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의 안정적 지배력을 강화하는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후 한달 만에 기업 주가가 3%가량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주주의 안정적인 지배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이 제도가 기업의 영속성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 소장과 황선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001년부터 2009년 사이 전체 상장사 중 경영권 방어장치를 도입한 기업 25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의 비중은 전체 비금융 상장사(1700여 개)의 약 15%에 이른다.
경영권 방어장치란 외부 적대적 주주가 기업을 강제로 인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로, 독약증권(포이즌필, poison pill), 황금낙하산 등이 대표적이다. 작년 3월 정부는 경영권 위협 때문에 기업들이 실물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이유로 가장 강력한 경영권 방어장치로 꼽히는 독약증권을 허용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국회에 입법 발의한 상태다.
이번 조사에서 연구자들은 황금낙하산을 비롯해 임원 선ㆍ해임요건 강화, 일정수준 이상의 이사 선ㆍ해임 금지, 합병의 승인요건 강화, 경영권 관련 정관의 개정요건 강화, 경영권 관련 정관 개정의 발표시점 연기 등을 경영권 방어장치로 분석했다.
조사 결과, 경영권 방어장치를 도입한 기업들의 주가는 도입한지 30거래일 후 3% 정도가 하락했다. 특히 최대주주의 내부지분이 10% 미만으로 낮은 회사의 주가는 9% 하락했다.
또 대형기업일수록 주가 하락폭이 컸다. 시가총액 500억 원 이상 기업들의 주가는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후 5%가량 떨어졌다.
이처럼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액도 줄어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이후 매출 대비 배당 규모는 7.14% 줄어들었다. 특히 경영권 방어장치를 도입한 회사의 80%는 배당을 지급할 확률이 줄어들었다.
주주만 피해를 입은 게 아니라, 기업의 생존성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이 2008년 금융위기가 이들 기업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는지를 분석한 결과,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회사의 상장폐지 확률이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3.47%포인트 높았다. 보고서는 "상장폐지 확률의 표본 평균이 9%임을 감안할 때, 이와 같은 확률의 증가는 상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난 2009년에도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이 기업의 영속성에 도움을 주지 않고, 부작용만 더 일으킨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이후 기업가치는 30%가량 떨어졌다. 경영권 위협에 직면한 기업들이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한 후에는 기업가치를 파괴하는 투자를 늘린 것이다.
전체댓글 0